꽃의 시간봄꽃 세상 활짝 열린다그의 환대가 산사를 밝힌다안으로 참아 피워낸 결기가일어서고 밀어내고 손 내밀어100년의 대화를 다시 열어내는 날한 처음에 이어낸 길지금 이곳 온기로 채운다하얗게 노랗게 빨갛게억겁의 기운이 만산으로 번져간다그가 오늘 마음으로 들어왔다
봄꽃 봄은 그렇게 문득벼락처럼 찾아온다놀란 듯 푸른 하늘얼음 무너지며 솟아난 송사리 떼터지듯 드러낸 생명의 속살매화 벚꽃 목련 개나리 진달래 철쭉지천으로 덮이는 꽃의 향연봄이다너나 없는 환대의 손짓봄이 피어난다
겨울 강가에서시리도록 푸르다하늘빛은 물빛이 되고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든 햇볕은하얗게 부서진다생명이 흐르는 강을 따라시간이 사람을 만나 억겁의 이야기를 낳고물결이 전해주는 서사는 유장하게 흐른다영원을 향해 떠나는 길이제, 다시, 출발이다
새해의 빛한 첫 세상이 열린다빛으로 시작된 순간이 내게로 왔다발 딛는 곳마다 울림오늘 다시 시작한 호흡으로새 아침이 열린다
한 해를 보내는 시간한 해를 접고 또 한 해를 펼칠 시간입니다.철로는 끝을 모른 채 이어지고만나지 않을 듯 동행의 순간은 다시 이어집니다.쇠락한 시간만큼의 빛이 남았습니다.그래서 더 아름다운 빛은두 손 들어, 가는 눈으로 맞이합니다.꿈을 실어왔던 시간앞을 향해 달려가던 순간안타까움에 눈물짓던 설움 많았던 시간까맣게 그을리고, 하얗게 태워져 누운시나브로 사라지는 거룩한 오늘입니다.우리는치열하게 절망하고 일어서며또 한 번의 나이테를 둘러갑니다.
가을 숨결그곳에 빛이 있어빛나는 계절엔누구나 하나씩 날개를 달고 날아 오른다하늘이 된다빛이 내린 나무들의 손짓에세상은 너 나 없이 단풍이 된다오늘 그들의 속삭임‘여기, 우리, 사랑’귀 기울이면더욱 선명해지는 대지의 숨결
다시 비상을 꿈꾸며숲은 알고 있다수천 수만 이파리가 세상을 이루고안으로 밖으로 꽃송이를 피워마침내 우주가 탄생했음을투명한 햇살 받은 숲오늘, 비상(飛翔)의 시간다시 신 앞에 엎드리는 시간을지금 통회와 자복의 길이 열리고그렇게 숲은 깊고도 넓다
꽃, 열매, 그 다음꽃이 지는 자리엔다시 다른 꽃이 피어난다열매가 오르는 곳에피어나고 있는 새로운 생명이세상을 아우르며 힘을 낸다피어나는 것, 열매로 대신하는 것,오늘 대지로 돌아가는 것모두 우리를 닮아 있다세상은 향기롭게 피어나는 것그것으로 비로소 세상이 된다면지금 우리, 그 안에 조용히 내려놓기
숲의 초대밝은 날엔 푸른 세상을 빛낸다어둠 속에서는하얗게 별들의 기운을 받는다동토의 계절이 오면하나 된 세상에 제 몸 던지고떨리는 마음으로 하늘을 본다이곳에선 모든 것이 꽃가족 같은 생명이 숲 찾은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자작자작’ 속삭이는 또 하루가나이테로 내려앉았다
바다 너머로 설악 그 숲 걷던 발길로산세 그려 담은 눈길로 붉은 연꽃 대나무 하나처럼 서는 하루인연은 억겁의 세월지금 이 곳, 이 순간의 기적오늘 그를 불러 내가 있다그가 대답하여 나를 만난다 그렇게 새로운 오늘더불어 함께,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다
여름 향한 폭포하얗게 부서져 내린다새로운 상승을 위한 헤어짐이다오늘 열기 더할수록세상을 향해펼쳐지는소리와 향기와 느낌으로이곳은 축제의 연속이다때로는 투쟁이다때로는 사랑이다올라온 만큼 내려간다면안아낸 만큼 풀어낸다면그것은 원초의 기쁨 한 웅큼이다
이 푸른 계절에세월 앞에서 한 켠이 무너진다무너진 것은 내가 아니다다시 일으켜진 것도 내가 아니다언제부터였던가, 어디로부터였던가너, 나, 우리,새봄은죽지 않았던 모든 것이부활하는 계절이다부활한 모두가 날갯짓하는환한 푸르름이다
오늘 그대 꽃세상이 열리는 날산, 바다, 한 포기 들풀까지모두 꽃이 되는 오늘이다꽃이 되라 한다꽃이 되자 한다활짝 피어나 세상을 밝히는 것, 너 나 없이꽃이다태어나고 피어나고 스러지는 모든 시간을 열고다시 태어나 처연하게 오늘을 사는 생명은오늘 그대 꽃이다
우리 모두의 노래산처럼 날아와 마주친 너의 시간여기 열리는 햇살의 날들휘영휘영 아픈 날들 아래 봄이 되었다밤새 북을 울리는 이한 몸으로 꽃잎처럼 리듬을 타는 이세상 한복판 조용히 허공을 포옹하는 이봄은 우리 모두의 노래가 되었다꽃 누이 대지 모두 함께 춤을 추는 오늘이다
소나무든든히 서 있어 자랑스런 기둥이었다아우성처럼 일어선 힘, 거친 세월을 견뎠다그리고, 오늘너와 내가 함께임을 알게 된 순간 문득억겁의 이웃이 된다조용히 손 내밀어 맞는돌, 나무, 풀벌레의 떨림그리고, 호흡 가빠져오는 환희의 순간들이제 다시 화해의 기운, 구원의 순간이다
빛의 계절 안으로우리는 순간을 살지만여명은 영원의 한복판을 뚫고 숨 쉰다다시 맞는 출발생명을 잇는 바람의 옅은 숨결환하게 손 내미는눈물겨운 아침이, 내게로 온다
신새벽 그 즈음엔겨울 인사를 건넬 시간이다안녕생명 다한 풀잎에게도새 기운 안으로 보듬은 가로수바닷가 한적한 조약돌에도웃음을 건네자바람 한 줄기햇빛 한 소절작은 마을 넘나드는 바다 향기 한 묶음너 나 우리 거침없는 날개짓의 시간신새벽 그 즈음엔 다시 한 깃으로 만날 터안녕보내고 맞으며 따뜻한 손을 잡는다
빛의 계절 안으로1,100년 성상 지켜온 그는이 땅과 함께 가난과 유약함을 안아들여스스로의 힘을 길러왔다그리고 시간 흘러옷을 갈아입듯새로운 향기를 덧입듯환호의 빛으로 일어선다이 땅의 열기 담아 피어올린 힘으로오늘이 물들어 간다우리의 손길도 마음도 물이 든다소리 없는 행진곡처럼새로운 빛깔이 된다
가을 향기 노래날마다 빛이 바뀐다어제의 빛도어제의 바람도어제의 우리도 지금이곳을 지나간다새로운 날이 열리고함께 그 향기를 닮아간다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가을, 승천뜨거운 태양 작열하는 계절이라 하여하늘이 이렇게 쏟아진다 하여새 꽃 한껏 피워 올리는 것이리라더 기품 있게, 더 화려하게세상에 우뚝 서지 않고동네 어귀와 어울린 듯모두에게 손 흔드는 인사는가을 향한 환한 손짓높은 하늘 밀어 올리는 승천다시 단단해지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