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소, 1953년경,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35x39cm
▲ 환희. 1955 종이에 에나멜과 유채 27x39cm
▲ 서울미술관 '이중섭은 죽었다'전 작품이 전시된 제2전시실 내부모습.

서울 부암동의 서울미술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이중섭은 죽었다’전을 열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이중섭’은 수많은 걸작을 남긴 대한민국 대표 화가. 그러나 사후 쏟아진 명성과 찬사에 비해 생전 이중섭은 늘 가난과 고통에 시달리다 쓸쓸히 홀로 죽어갔다. 또한 그의 천재성과 광기에 관한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왜곡되며 정작 그의 그림은 지나치게 ‘과대평가’ 돼 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서울미술관은 2년간의 준비 끝에 ‘이중섭은 죽었다’전을 통해 신화가 돼 버린 이중섭의 일생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자신의 가족을 너무나 아꼈고, 한 여자를 지극히 사랑했던 자연인 이중섭의 인생을 재조명한다.

이번 전시는 이중섭의 기록을 기반으로 죽음에서 탄생의 역순환으로 10개의 구역을 구성하고 재현했다. 관람객들은 각 구역에서 이중섭이 실제 머물렀던 공감을 체험하며 당시 제작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이중섭이 사용했던 화구들과 생활용품을 재현해 당시 시대상을 체험할 수 있고, 은지화와 엽서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그의 묘지가 자리 잡은 서울 망우리 공원묘지, 죽기 직전까지 작품 활동을 했던 정릉 청수동, 그가 마지막 기회라 여겼던 대구의 개인전과 투병생활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대구 개인전의 실패로 자학을 시작하던 이중섭은 대구에서부터 서울의 병원 등지에서 투병생활을 하게 된다. 이 때 그려진 ‘피 묻은 소’나 ‘싸우는 소’는 기존의 소와는 다르게 치열하고 광기가 가득하다.

생의 마지막, 어두웠던 이중섭을 지나고 나면 이중섭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기인 통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영으로 가기 직전 일본으로 건너간 가족과의 재회를 통해 기쁨과, 새 각오와 희망이 충만한 시절이었다. 작품 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었던 통영 시절은 이중섭의 예술세계를 확립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였고, 그의 대표작인 ‘도원’, ‘황소’ 등이 그려졌다.

특히 그의 걸작인 ‘황소’는 활력이 넘치는 붓 터치와 과감한 묘사, 그리고 황소의 기운을 순간적으로 잘 포착한 역동적인 작품이며, 가족과 함께 희망적인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그의 강인한 의지가 돋보이는 걸작이다.

이후의 전시는 조금 더 그의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제주와 부산에서 작업하던 그는 그간의 성과를 집대성해 서울 개인전을 열었고 큰 호응을 이끌어낸 성공적인 전시였다.

이중섭의 대표적인 예술적 성취로 불리는 은지화는 세계에 유래를 찾을 수 없는 그만의 독창적인 작품이다. 은지 위에 그려나간 그의 예술적 성취는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품세계를 이루고 있는데, 그의 은지화는 20세기 한국 화가들의 작품들 가운데 유일하게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돼 있다.

가장 마지막 구역은 그의 작품 활동의 시작점이자 평생 작품 활동의 근간인 도쿄 유학 시절을 보여준다. 그는 도쿄에서 새로운 문물과 다양한 미술을 접할 수 있었던 것 외에도 지극히 사랑한 부인 야마모토 마사코를 만난다. 마사코와의 사랑, 가족애 등은 이중섭의 그림에 큰 영향을 줬다. 이중섭의 중요한 소재인 닭 한 쌍이 등장하는 작품인 ‘환희’ 또한 일본으로 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수탉과 암탉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번 전시는 소박하지만 따뜻한 마음이 드러나는 그림들과 강렬하고 정열적인 붓 터치가 강조된 그림들로 한국전쟁이라는 큰 아픔을 갖고 있는 한국인의 마음을 크게 움직이는 작품 위주로 전시된다. 어느 맑은 날 오후, 우리는 한평생 가족을 그리고 그리워하다 쓸쓸히 간 한 ‘사람’의 애틋한 인생을 천천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달 29일까지. 서울미술관(02-395-0100).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월요일 휴관. 입장료 성인 9,000원. 국가유공자 본인에 한해 7,000원.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