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인식격차 해소책, 젊은 세대 위한 맞춤형 이익론 필요

남남갈등 해소 위해 ‘통일인식 격차 조정방안’ 마련해야

국가보훈처와 한국정치학회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해소를 위한 해법 모색에 머리를 맞댔다. ‘한국사회 내 갈등과 대한민국 통합의 미래’를 주제로 지난달 1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개최된 특별학술회의는 분단현실, 통일과 화합을 위한 과제 등이 산적한 가운데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의 현황과 원인, 그리고 갈등해소를 위한 과제를 진지하게 모색했다. 이날 발표된 주요 주제발표를 지상강연으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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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갈등과 사회통합> 통일의 이익에 대한 상충적 인식 줄여나가야

통일은 왜 해야 하는 것인가? 분단을 극복하고 다시 한민족이 하나가 돼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것은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적 전통에서 볼 때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민족적 당위성에 입각한 통일의식은 우리 사회에 매우 강하게 형성돼 있었다. 당시 통일 관련 여론조사를 하면 90% 이상이 통일을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우리 국민에게 통일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의 수가 월등히 많아졌다. 이런 현상은 남북한 분단체제가 70년에 걸쳐 지속해 오는 과정에서 남한과 북한을 하나의 민족으로 생각하는 민족적 정체성이 심각하게 약해지고, 이질적인 체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세대가 남북한 인구의 다수를 점하면서 나타난 것이다.

통일에 경제적 논리를 접목한 실용주의적 관점은 이러한 상황에서 등장했다. 민족주의에 근거한 통일의 당위성이 더는 실효성을 지니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용주의적 관점의 한계는 통일의 이익에 대한 인식적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통일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비관론자들을 변모시켜나갈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첫째, 보수적 이념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대상으로 통일의 이익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통일이 국가적·개인적인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이 통일의 국가적 이익을 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입체적인 차원에서 통일을 설명해야 한다.

둘째, 20·30대와 같은 젊은 세대를 위한 맞춤형 통일 이익론이 만들어져야 한다. 젊은 세대가 통일의 이익을 평가절하하지 않도록 통일이 이들의 삶을 어떻게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통일세에 대한 국가적 합의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왜 통일세가 필요한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수의 국민이 동의하는 합의안이 만들어져야 통일의 이익에 대한 인식적 격차가 해소될 수 있다.

넷째, 민족적 과제로서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통일의 경제적 논리와 통일의 민족적 당위성을 하나로 융합시킨 통합논리가 제시될 때,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보다 강하게 형성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통일이나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보훈처나 통일부 등 관계부처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민간부문과 협력해 지속해서 통일을 홍보해야 한다.

통일의 이익에 대한 인식적 격차와 여기에서 파생하는 갈등은 통일에 대한 합의를 어렵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통일의 이익에 대한 인식 차이를 줄여나가는 작업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 할 것이다.

 

<남남갈등과 사회통합> 국민통합 노력과 함께 개인 이해·이익 조정 매커니즘 필요

남남갈등이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발전에 부합하거나 기여하는 양태가 아니라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비생산적이며 비민주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적으로도 남남갈등은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대북, 통일 정책들의 효과성을 약화할 뿐 아니라, 종종 북한과 주변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대북·통일 정책을 두고 주체인 우리가 대립과 분열의 모습을 보일 경우, 우리 사회의 내부 갈등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악용당할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점차 다원화되면서 통일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지고 있으므로 국가 이익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통일뿐만 아니라 개인 이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통일 인식의 차이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예컨대 통일을 개인의 이익과 결부시켜 생각하는 시민들의 경우 개성공단 폐쇄에 반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에 찬성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반면 통일을 국가의 이익이라고 인식하는 시민들일수록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의 지속을 지지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통일 인식의 변화를 여러 방면에서 고려하는 것이 향후 남남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의 중요한 시사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남남갈등은 단순히 이념적 차이와 같은 가치관의 차이만 가지는 것은 아니다. 남남갈등은 가치관 갈등과 함께 이익갈등도 포함하는 복합적 갈등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통일의 개인 이익이 남남갈등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라면, 남남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통일 비용과 이익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진행하고, 이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

셋째, 남남갈등이 가치관과 이익갈등을 포괄하는 복합적 갈등이라면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고 국민적 통합을 이룩하려는 노력과 동시에 통일과 관련된 개인들의 다양한 이해와 이익을 조정하고 타협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

가치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 자발적 참여와 숙의를 보장할 수 있는 심의민주주의적 제도를 모색하고 개인들의 서로 다른 이익을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

 

<세대갈등과 사회통합> 민주화 세대와 민주주의 세대 통일인식의 틈 줄여야

한반도가 분단된 지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그동안 남북한은 정치적, 이념적, 경제적으로 엄청난 차이가 생겼고 문화적으로도 이질적인 사회로 변화됐다.

이에 비해 남북관계는 근본적인 큰 발전 없이 화해와 경색 국면을 반복하고 있다. 통일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반대하는 국민은 드물지만,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많아지면서 통일에 대한 관심이나 당위적 필요성, 통일 이후 발생하게 될 현실적 문제 등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전쟁경험 세대는 자신들을 보수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가장 높고 경제, 문화, 사회적 지위 수준이 낮다고 평가하는 비율이 높다. 또한 통일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며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민주주의 세대들은 통일이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통일세를 부담하겠다는 의지도 가장 약하다. 젊은 세대로 갈수록 민족적 이질감이 높아지고 북한 이탈 주민에게 느끼는 친근감도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현상들은 전쟁의 경험, 교육을 통한 경험의 공유, 경험하지 않은 역사적 사실일 뿐인 전쟁은 세대 간 통일 인식 차이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을 보여준다. 세대별 통일 인식 차이는 향후 통일 정책 수립방향과 공론화 작업에 아주 중요한 시사점이 된다.

첫째, 기존에 알려진 바와 같이 전쟁 경험 세대와 민주주의 세대는 통일 문제를 민족적 당위성 차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 전쟁경험 세대와 민주주의 세대 차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민주화 세대와 민주주의 세대 간 차이다. 가장 진보적이고 이상적인 대북인식을 하게 된 민주화 세대와 달리 향후 통일의 주력 세대가 될 민주주의 세대는 가장 소극적이고 부정적이며 현실적인 통일 인식을 가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일 준비의 핵심과제는 민주화 세대와 민주주의 세대의 틈을 줄이는 것이다. 한 가지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도 시대적 해석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민주주의 세대의 가치관을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이런 태도를 바탕으로 민주주의 세대가 남북 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대해 포괄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통일 대비 교육을 해야 한다.

 

<정책갈등과 사회통합> 산업화 민주화 이어 시대적 사명 ‘통일’ 강조하는 교육을

북한의 4차 핵실험 후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감이 과거보다 늘었지만 실제로 북핵의 능력을 믿는 국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반면 통일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국민의 회의적 시각은 높아지고 있다. 한반도 통일을 앞당기기 위한 국민의 통일 역량 결집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청년층은 기성세대와 같이 분단체제 아래의 불안정한 평화공존보다 한국주도의 통일을 선호한다. 그러나 청년층은 기성세대와 비교하면 민족주의 관점이나 이념의 틀에서 분단과 통일문제에 접근하기보다,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통일에 접근하는 경향이 보인다. 따라서 청년층을 대상으로 통일·안보교육을 할 때는 통일교육과 안보교육 간에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효율적인 통일·안보교육의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통일 문제의 지나친 이념화와 정치화를 극복하고 청년층 내에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는 의사소통과 공론의 장을 단계적으로 형성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통일과 안보교육은 한 줄기지만 남북 분단 상황에서 안보가 한국 사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일면 상반된 개념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통일교육에서 바라보는 북한은 우리가 끌어안고 가야 할 대상이지만, 안보교육에서 접근하는 북한은 한국의 ‘주적’이라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통일교육의 경우 비용-손익 분석에 입각한 통일 공감대 형성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청년층의 시대적 사명의식을 고취하고 통일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수정해 나가야 한다. 기성세대가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했음을 상기시키고 현 청년층의 시대적 사명은 통일에 있음을 강조하는 공동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안보교육의 경우 한반도의 안보 상황을 주지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가에 대한 희생은 충분히 보상받는다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도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 국가를 위한 자신의 희생이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국가를 위해 희생할 청년층의 수는 줄어들 것이다.

이와 함께 무엇보다 통일 문제에 무관심한 청년층이 통일에 관심을 제고시킬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청년층은 문서 위주의 학습에서 벗어나 체험, 모바일 등을 이용해 정보를 습득하는 경향이 높다.

기존의 일방적 강연 방식보다는 청년층 문화에 부응하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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