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제20대 총선에서 각 정당이 제시한 안보 분야 공약에 대한 유권자 인식수준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보훈처와 한국정치학회가 ‘제20대 총선 정당의 안보 공약에 대한 유권자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확인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드에 관한 공약(50.9%)을 제외한 설문조사 공약 모두에 있어서 응답자의 30% 내외만이 정당의 안보공약을 알고 있었다.

특히 ‘평양 남북 경협 사무소 설치(15.7%)’, ‘북한 전역에 대한 감시 및 정찰능력 구비(16.2%)’, ‘장기적으로 국가정보원 폐지 및 대북 정보와 해외 정보의 통일해외정보원 이관(18.4%)’ 등에 관한 공약은 유권자의 80% 이상이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은 안보공약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유권자에게 제시했지만, 결과적으로 정당별 안보공약에 대한 유권자의 판단은 불가능했으며, 따라서 안보공약은 유권자의 관심저하로 잊힌 공약이 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비례대표 정당 투표자에 대해 정당선택에 따른 동의 수준을 분석한 결과 대체로 특정 정당이 제시한 공약은 해당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로부터 높은 동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제시했고 전체 유권자 중의 15.7%만이 인식하고 있었던 ‘개성공단 정상화와 남북 경협 재개 추진’ 공약의 경우 양 정당 지지자 중 각각 53.5%, 75.2%의 유권자가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 공약은 새누리당 지지자의 26.4%, 국민의당 지지자의 38.9%만이 동의했다.

이 같은 결과는 유권자가 특정 정당의 공약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과거로부터 누적된 정당의 속성을 활용해 투표한다는 ‘합리적 선택이론’을 증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정당선택과 안보공약 선호도가 일치함에도 불구하고 전체 12개 공약 중 7개 공약에서 자신이 선택한 정당이 제시한 공약을 선호하지 않는 불일치도 나타났다.

새누리당이 내놓은 ‘국제사회의 실효적 대북 제재조치 시행’ 공약은 새누리당 지지자가 53.6%, 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45.2%, 국민의당 지지자가 53.4%, 정의당 지지자가 38.5% 동의하며 정당과 상관없이 고른 지지를 보였다.

한편 조사를 진행하고 분석한 경북대 엄기홍 교수와 국립외교원 민정훈 박사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각 정당이 안보 공약 홍보에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앞으로 각 정당은 안보 공약을 주요 공약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두 전문가는 안보공약 정책선거 활성화를 위해 “정당은 안보공약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서 선정할 경우 10대 공약이라는 상징성과 언론의 관심으로 유권자의 선별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특히 정당은 안보공약을 제시할 때 정당 간에 선별이 쉬운 방식을 제시한 후 해당 범주 내에서 상호 비교 가능한 형태로 제시할 것을 주문했다. 유권자가 이해하기 편리한 방식을 제안해야 어려운 이슈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우리나라 선거는 안보 분야에 대한 토론을 예외적인 주제처럼 다루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안보에 대한 중요성을 고려할 때 안보 분야에 대한 정당·후보자 토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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