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외우내환’의 시기를 겪고 있다. 국내 상황은 사회가 분열되고 파편화 돼 정치가 붕괴되는 등 혼란스럽고, 국제적으로는 주변 관계국과의 관계가 급속하게 재편돼 지금까지 지속됐던 기본 관계의 틀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전 세대의 질서와 그동안 친숙했던 규칙, 원칙은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대한민국만이 과거에 머물러 동력이 상실되고 체계적 정책이 실종돼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은 아닌가. 새 시대의 생존전략은 무엇인가. 지난달 10일 국립외교원에서 있었던 강의 내용을 정리한다.

 

현 시대 특성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문명 전환의 변곡점’에 와 있다는 것이다. 주변 관계국의 상황은 ‘4R’로 정의할 수 있다. 미국의 재조정(Rebalancing), 일본의 복귀(Resurgency), 중국의 출세(Rise) 그리고 북한의 반항(Recalcitrance)까지 모든 동북아 질서가 재편되고 격변하는 상황이다.

 

국력은 의지·전략·능력의 곱셈

과거 우여곡절 끝 초고도 성장을 한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70년 사이에 최빈국에서 경제력 기준으로 세계 7-10위 권 나라가 됐다. 이러한 성취는 지도자와 국민 모두가 오만해지는 결과를 낳아 국민이 작은 성취를 편안하게 생각하고 정치는 긴장감 없이 파당의 상황에 진입해 오늘날 내환의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닌지 반성해 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위기상황은 다음의 3가지 무지에서 비롯된다.

첫째, 북한이 정상국가라 착각하는 것이다. 정상국가란 국민의 안위와 복지를 챙기는 정부, 대외적 약속을 지키는 정부를 말한다. 북한은 이 두 가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정상국가라 할 수 없다.

둘째, 국제정치가 불변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국제 정세를 불변이라 착각하고 30년 전의 외교방침 그대로 대응해서야 올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겠는가.

셋째, 현재 국력이라는 것은 군사력을 포함한 유·무형의 강제력과 같은 경성 요소보다는 ‘권위’와 같은 연성 요소가 더 중요해져 각 요소 간 균형에 변화가 생겼다. 국력은 의지·전략·능력의 곱셈과도 같다. 어느 하나라도 수치가 낮으면 국력이 제로 상태가 된다.

 

21세기 국제 정치의 환경

국제 질서가 급변하게 된 것은 국가중심사회를 유지하고 있던 웨스트팔리아 체제가 붕괴되고 국력 요소 간 균형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군사안보 질서, 경제 질서, 인권 및 환경보호 등 각각의 규범과 구성원이 독립된 질서를 가진 다층복합질서가 한 번에 작동하는 상황이 됐다. 각각의 질서에 맞는 대응 방법을 찾아야 실리를 구할 수 있다.

외부의 이런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변화에 능동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우리가 앞으로 키워나가고 지켜나가려고 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미래비전은 ▲성숙한 민주주의를 갖춘 대한민국 ▲절대 빈곤률을 낮춰 국민 모두가 풍요로운 대한민국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강한 자주국가로서의 대한민국 ▲우리 스스로 주도한 통일 민주공화국을 이루는 것이다.

이 비전을 성취하기 위해서 국제 환경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 하는가. 그것이 앞으로 우리의 과제다.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미국 제일주의와 고립정책을 내세우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미국과 공유한다는 확고한 이념적 상응성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한국이 안보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를 해결할 만한 능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자존 능력을 내보여야 한다. ‘동맹’의 의미는 기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동맹국의 위치를 지킬 수 있다.

일본과는 특히 군사적인 부분에서의 협력이 불가피함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미·일 동맹의 강화로 일본 내에서 한국과의 협력 필요성이 감소되고 있어 한국과의 대등한 협력을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GSOMIA, ACSA 등 협력체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한국이 일본 방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시켜 나가야 한다.

중국의 경우 최근 사드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데, 문제는 중국이 앞으로 한국의 중무장을 저지함과 동시에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한국의 중국 종속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상호내정간섭을 피하고, 중국 방위에 한국의 협력이 절대적임을 인지시켜 가면서 중국의 협력을 유도해야한다.

 

격변기, 자립자강이 모든 정책의 기초

마지막으로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중국 견제를 위한 외교안보협력을 추진하고 시베리아 개발 참여를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등 푸틴 정부가 우리나라와 광범위한 과학기술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것은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격변의 시대에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긴박한 상태에 와 있다. 새 시대의 생존전략을 제대로 세워 실천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자립자강이 모든 정책의 기초가 된다는 점이다. 우리가 강해야 동맹이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자립자강을 통해 주변국들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 돼야 한미동맹도 확대할 수 있으며, 일본과의 관계도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

이제는 변화무쌍한 국제정치의 룰이 바뀌는 것을 분석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대한민국 만들어 국제 정세 흐름을 제대로 타 우리의 생존과 역할 확대, 미래를 도모해야 한다.

이상우 전 한림대 총장,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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