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바탕의 소나기가 지나가고 나면 8월의 빛나는 하늘이 열린다. 쨍하게 열린 하늘로 방방곡곡은 수확의 내일을 준비한다. 서대문독립공원. 8월을 맞는 공원에는 더위에 지친 사람들, 그리고 우리 민족의 독립과 나라사랑의 열정을 확인하려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독립공원은 우리의 자주와 독립을 향한 고난의 행군과 생명을 건 투쟁의 역사와 그 과정에 희생된 넋들의 유훈이 살아있는 곳이다.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정면, 형무소 특유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독립문은 독립공원에서 가장 먼저 ‘후손’을 맞으며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그래서 그 사거리의 길 이름도 독립문사거리. 독립공원 구역으로 들어서면 고색창연한 화강암의 건축물이 익숙한 표정으로 서있다.

1896년 독립협회가 우리 민족의 영구독립을 선언하기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모금해 세운 ‘대한독립’의 상징이다. 1897년 11월 20일 완공했으니 올해로 꼭 120년을 맞게 된다. 프랑스의 개선문 디자인을 닮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가슴 설레는 조국독립의 심장이다. 그 오래전 끼니를 잇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모금한 우리 선조들의 민족애의 결정체다.

원래 건축된 자리에서 북서쪽으로 70미터 옮겨 서 있지만, 그 빛나는 의지는 오늘 우리 대한민국 독립의 가장 든든한 토대로 남아있다.

독립공원 안쪽으로 들어서면 이어 만나는 곳이 순국선열 현충사. 대한민국 건국에 가장 높은 공을 세운 순국선열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현재 2,835위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최근 서훈을 받은 500여 위패는 새로운 자리가 마련되기를 기다리며 대기 중이다.

 

▲ 순국선열 위패 2,835위를 모신 현충사.

일제 강점기 중국 사진을 맞던 모화관 건물을 1897년 당시 황태자였던 순종이 ‘독립관’이라고 쓴 현판을 하사한 후 독립협회가 집회장소로 사용하게 됐다. 이 건물은 개화운동과 애국계몽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맡았다.

일제 강점기 강제 철거됐으나 1997년 목조건물로 복원되면서 위패봉안실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매년 11월17일, 순국선열의 날에는 순국선열·애국지사 영령추모전이 이곳 앞마당에서 열린다. 인근에는 종로 탑골공원에서 옮겨온 3·1독립선언기념탑과 순국선열추념탑이 우뚝서 이곳이 독립혼의 중심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아픔의 역사 서대문형무소를 향해 발길을 옮긴다. 형무소 건물 정면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담장’이다. 그리고 높은 망루, 한번 들어서면 누구든 쉽게 헤어날 수 없다. 많은 독립투사들은 이곳에서 대한독립의 유지를 남겨둔 채 시신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 시기에는 독재정권에 맞섰던 수많은 민주인사와 학생들이 고통의 나날을 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우리 근현대사 수난과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이제는 박물관으로 변신했지만 이곳은 우리의 가치와 정신과 새로운 민족의 미래를 향한 투쟁의 역사가 살아숨쉬는 곳이다.

 

▲ 형무소 역사관 안쪽에서 바라본 옥사 모습.

형무소를 상징하는 붉은 벽돌, 오랜 세월 빛바랜 색과 깎여나간 흔적은 아픈, 우리가 겪은 근현대사의 혼을 보는 듯하다. 담장을 들어서면 전시관이 나타나고 그 뒤로 옥사들의 긴 건물들이 슬픔을 안은 채 누워있다.

바로 만나게 되는 전시관은 옛 보안과형사 건물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1층에서는 형무소의 역사를 한눈에 만나게 되고 2층 민족저항실에서는 서대문 형무소와 일제의 탄압의 역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특히 방 한 칸 전체의 벽면을 가득 채운 독립운동가들의 수형기록표는 우리가 지금 어느 공간에 어떻게 서 있는지를 새삼 되돌아보게 한다.

 

▲ 수형기록표로 가득 채워진 민족저항실.

지하 전시관은 들어서자마자 고문을 당하는 비명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당시 참혹했던 고문이 바로 여기서 벌어지는 듯한 고통으로 느껴진다.

전시관을 나서면 갑자기 밝아진 세상과는 다르게 길게 세워진 옥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옥사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중앙사와 그곳에서 연결된 세 개의 옥사는 각각의 방마다 수많은 독립운동가들과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이들의 사연이 깊이 새겨져 있다.

형무소 운영의 마지막 형태를 그대로 보존한 이 공간은 방문하는 이 누구라도 고난에 찬 우리 역사와 이를 딛고 민족의 미래를 열고자 했던 의로운 사람들의 결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형무소 관내에는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여옥사를 비롯해 한센병사, 통곡의 미루나무, 시구문, 격벽장 등 숱한 사연을 안은 건물과 시설물들이 남아있다.

12동 옥사 벽에 붙여진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섰다. 유모차를 옆으로 세워두고 함께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그때 그 독립과 민주를 향해 헌신한 투사를 생각한다.

격벽장 옆 잔디밭에서는 현악기를 든 연주자들이 연주를 준비하며 선율을 맞춰보고 있다. 그 작지만 강렬한 현의 소리가 여름하늘 모든 사람을 위로하듯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고 있다.

8월을 향해 가는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오늘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희망찬 기운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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