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전통 목조건물 양식으로 지어진 겨레의 집 전경.

3·1운동의 고장 천안 아우내 장터가 내려다보이는 흑성산 위로 깨끗한 푸른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걸려 있다. 평화로워 보이는 하늘과 산, 그리고 들판을 내달아 자리 잡은 독립과 호국의 상징, 독립기념관. 어려운 시절임에도 독립과 광복의 뜻을 되새기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국민 모두의 뜻을 모은 독립기념관이 이제 30년의 역사를 쌓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현충시설의 하나가 됐다.

국민의 염원으로 개관한 독립기념관은 지난 30년간 우리 민족의 혼이 숨 쉬는 곳, 독립을 향한 열정과 투쟁의 역사와 미래를 향한 희망이 살아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청소년의 필수 견학코스일 뿐만 아니라 군인, 재외동포, 외국인 등이 찾아오는 역사교육의 현장이 됐다. 지난 7월로 누적관람객도 5,000만 명을 돌파했다.

독립기념관은 여러 건축물과 함께 경내 전체가 하나의 전시관이다.

독립기념관 입구에서 처음으로 방문객을 맞는 것은 우뚝 솟은 ‘겨레의 탑’. 탑은 대지를 박차고 날아오르려는 새의 날개와 기도하는 양손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높이는 무려 51미터에 달하고, 무궁화와 태극 부조가 새겨져 있다. 힘차게 솟아오른 탑에서 한민족의 기상과 자주 독립, 통일의 의지가 느껴진다.

겨레의 탑을 지나면 독립기념관을 대표하는 ‘겨레의 집’이 나타난다. 수덕사 대웅전을 본떠 맞배지붕 형태로 지어진 겨레의 집은 전통 목조건물 양식으로는 중국의 천안문보다 큰 규모를 자랑한다. 선조들의 독립을 향한 의지만큼의 크기인 듯하다.

겨레의 집으로 오르는 계단 끝에는 불굴의 한국인 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고 선 8인의 성인군상은 우리나라 8도의 전 민족을, 어깨에 올려 안은 어린아이는 민족의 미래를 나타냈다. 뒷면 양 쪽에는 자유와 독립을 위해 전진하는 맨손의 독립만세 시위대와 무장 독립군 용사상이 새겨졌다.

독립기념관은 ‘독립기념관을 국민에게 되돌려주자’는 취지로 올해 9월부터 개관 30년 만에 겨레의 집을 개방한다. 사무 공간으로 사용하던 2, 3층을 교육·전시공간으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 중이며, 이곳에서의 첫 행사는 ‘국채보상운동 100주년 특별전’이 열릴 예정이다. 100년 전 나라 빚을 갚기 위해 온 국민이 십시일반 했던 정신이 이어져 독립기념관 건립 모금운동까지 계승된 것을 돌아보자는 의미다.

독립기념관 본관인 겨레의 집을 지나면 7개의 전시관과 입체영상관이 마련돼 우리나라의 역사와 근대사를 시기별로 살펴볼 수 있다. 눈여겨봐야 할 곳은 최근 재개장한 4관 ‘평화누리관’이다. 평화누리관은 기존 3·1운동 주제관에서 독립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보는 감성관으로 주제와 기능을 탈바꿈했다.

 

▲ 새단장을 마치고 재개장한 4전시관 '평화누리관'에서 초등학생들이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전시는 독립운동의 정신, 실천, 과제, 계승이라는 4개 주제로 구성해 관람객이 직접 느끼고, 공감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제국주의 시대를 멈추고 동방의 작은 나라가 세계 평화운동을 주도했다는 메시지와 주제를 담고 있다.

평화누리관은 실물 자료가 전시된 다른 주제관과 달리 자료를 전시하지 않는 ‘감성관’으로 독립기념관이 처음 선보이는 새로운 개념의 전시관이다. 또한 국내 최초로 상설전시관에 ‘향기’를 도입해 독립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아름다운 향기로 기억할 수 있게 했다.

겨레의 탑과 겨레의 집이 포근히 감싸고 있는 전시관 관람을 마치면 짙어진 녹음과 함께 호젓한 산책로가 나타난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102기의 시어록비를 만나게 되는데, 곳곳에 놓인 시어록비를 읽을 때마다 마치 순국선열이 말을 거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걷기가 불편하다면 독립기념관 입구에서 ‘태극열차’를 이용할 수 있다. 400만m²에 달하는 독립기념관 전체를 편하게 둘러보기 좋다.)

겨레의 집 왼편에 자리 잡은 조선총독부 철거부재 전시공원은 지난 1995년 광복 5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서울 경복궁 자리에서 철거 된 조선총독부 건물의 첨탑부분과 석재들로 조성됐다. 공원은 그 자체로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독립기념관의 의지를 나타낸다.

 

▲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으로 활용되고 있는 독립군체험학교 입구.

청소년 교육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는 독립군 체험학교는 일제강점기 독립군 양성기관이었던 신흥무관학교를 옮겨다 놨다. 찬바람 부는 서간도에서 독립을 갈망하며 몸과 마음을 닦았던 독립군의 노고가 이토록 평화로운 하늘을 물려준 것인가 싶어 숙연해진다.

통일의 길을 따라 내려오다 자칫 놓치기 쉬운 ‘통일염원의 동산’도 들러본다. 통일의 종이 자리한 통일염원의 동산에 올라서면 통일을 기원하며 국민들이 벽돌 하나하나를 기증해 쌓아 올린 벽을 마주하게 된다. 순국선열이 마련한 독립의 토대 위에 ‘통일’이라는 과업을 이룩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

독립기념관은 자랑스러운 순국선열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가 큰 시련을 당했던 슬프고 참혹한 역사이기도 하다. 외면하지 않고, 눈 감지 않고 순국선열과 조국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살펴 차마 마주볼 수 없는 울분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 우리가 독립기념관을 곁에 가까이 두고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 겨레의 탑과 탑 너머로 보이는 겨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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