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10월 국군 제9사단과 중공군 제38군 예하 3개 사단은 철원평야 서북단의 백마고지에서 치열한 고지 공방전을 전개했다. 백마고지 전투는 10일 동안 고지의 주인이 24번이나 바뀌고 하루 평균 5만발 가량의 포탄이 작렬한, 세계 전쟁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진일퇴의 혈전이었다.

1952년 10월 11일 국군 제9사단 제29연대 제2대대장인 김경진 소령은 사단장으로부터 불과 1시간 전 제1대대가 물러났던 정상을 탈환하라는 명령을 받고 역습을 감행했다.

그는 고지 정상의 중공군이 진지보강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빗발치는 총탄과 포탄 파편을 뚫고 포복으로 전진해 최전방으로 나아가 부하들을 독려하며 진두지휘했다. 김 소령은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부하를 진심으로 아꼈고, 육박전이 벌어지는 상황을 뒷전에서 보고 있지 않았다.

정상 20m 앞까지 진격한 김 소령은 최후의 돌격사격을 감행하던 중 적의 박격포탄에 의해 현장에서 전사했다. 그의 전사는 대대원의 전투의지를 불살라 과감한 돌격으로 이어지게 했고, 결국 백마고지를 탈환하는 원동력이 됐다.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