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나주 김삼길 국가유공자 댁을 찾은 보훈섬김이 정형욱 씨가 함께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밝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2층으로 올라서자 현관까지 10여 미터 거리가 남아있는데도 여느 식구 많은 가정집 같은 분위기가 흘러나왔다.

일요일 오후, 조용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보훈섬김이 정형욱 씨와 김삼길 참전유공자(87세)가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막내딸처럼 일을 성심껏 챙겨줘서 정말 고맙지요. 나이가 많아 혼자서 살림살이를 하기가 어려운데 식구처럼 정리해주고, 이야기 해주고, 반찬도 해주고…. 지내기에 불편한 게 없어요.”

“할아버지가 아주 깔끔하고 밝게 사셔서 저도 일하며 힘이 됩니다. 특히 이웃과 나누는 걸 좋아하셔서 과일이나 차를 사다두고 친구들 불러서 함께 드시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면, 참 아름답게 사신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게도 언제나 아버님처럼 느껴지지요.”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칭찬에 바쁘다. 이 따뜻한 대화가 가능했던 것이 바로 찾아가는 재가복지서비스 ‘보비스’ 덕분이다.

그가 보훈섬김이 일을 시작한 것이 2007년 1월이니, 그는 보비스 10주년의 역사를 함께 써온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얼마 전 열린 보비스 10주년 기념식에서 ‘좋은 사례’로 뽑혀 발표까지 하게 된 것은 그동안의 꾸준한 노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어르신을 대하지만 날마다 반복되는 일인지라 돌이켜 보면, 온 마음을 다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어르신의 건강, 영양, 위생, 약 복용 등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를 생각하며 미소와 친절함으로 다가가려 하지만 과연 그렇게 느끼고 계신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아직도 늘 부족하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이 일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6·25전쟁으로 남편을 잃어 홀로 어렵게 자녀를 키워내고 지금은 혼자 외롭게 사시는 분, 부상으로 앞을 보지 못하시는 분, 아들을 먼저 보낸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사시는 분, 전쟁에서 얻은 부상으로 병상에 누워있는 남편 대신 가사와 생계까지 책임지고 살아오신 분, 한 분 한 분 사정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족같은 마음이 생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는 10년 간 이분들을 섬길 수 있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고맙다고 얘기한다.

콩, 현미, 호두 외 4종 영양미숫가루를 두유와 함께 매일 잡숫게 하니 다리 힘도 좋아지시고 혈압, 당뇨까지 좋아지신 90세 어르신께서 “내가 이렇게라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섬김이 덕”이라는 한 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진 경험도 있다.

특히 미용실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는 그는 ‘가위손’ 능력을 발휘해 2개월에 한 번씩 머리를 예쁘게 다듬어 드리기도 한다. 지역사회 연계로 어르신들의 장수사진 촬영과 사랑의 우리밀 빵 나누기도 그만의 ‘특급 서비스’다.

그는 “이분들과 함께해서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가족에게도 잘 듣기 어려운 “고마워” 라는 말을 이렇게 매일 매일 들을 수 있으니 누구보다 행복한 게 당연하다는 얘기다.

그의 국가유공자와의 ‘따뜻한 동행’은 연세 많으신 유공자들의 일상에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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