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과 기념관 우측으로 높이 세워진 학생독립운동기념탑.

빛고을 광주의 10월은 11월과 맞닿아 있다. 그 11월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 있다. 11월 3일, ‘학생의 날’ 지정의 근거가 된 이날은 항일 독립운동의 손꼽히는 중심점이다. 1929년 일제의 압박이 절정을 향해 가는 상황에서 들어 올린 이 횃불은 이후 광복으로 이어지는 민족운동의 커다란 에너지로 작용했다. 가을빛 짙어가는 광주 화정동,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 11월을 앞두고 잦아진 방문객들을 휘해 활짝 문을 열었다.

광주 도심에서부터는 조금 떨어진 곳. 그러나 새로운 삶터로 자리잡아가는 신도시 상무지구와 맞닿은 곳에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다.

지하철을 품고 있는 대로를 조금 벗어난 곳, 다소 한적한 자리에서 먼저 만나는 것은 광주학생독립기념회관. 기념관과 이웃한 이곳은 별관의 형태지만 건물 규모는 훨씬 크고 수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도서관으로, 카페로, 생활 속에 다가온 이 건물은 지역민과 숨 쉬는 공간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이름으로 오늘을 탐구하고, 함께 소통한다는 면에서 ‘독립운동’과 ‘생활’의 만남인 셈이다.

 

 

회관을 돌아 지나면 곧게 뻗은 진입로에 이어 맞은편에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이 그리고 오른편에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는다. 학생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담은 두 시설물은 당시 민족의 독립을 향한 선열들의 의지와 희생을 실물과 상징으로 구현해 놓고 있다.

 

11월 3일 시위, 항일운동 확산 계기

좌우로 태극기와 무궁화 큰 그림을 걸고 있는 기념관을 들어서면 바로 맞은편에 참배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금은 고인이 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들. 일본 학생들의 만행에 맞섰던 까까머리 고교생에서부터 이후 확산된 광주지역과 전국의 시위에 참여해 옥고를 치렀던 독립운동가들의 명패가 빼곡하게 걸려있다.

멀리 대구에서 주말을 이용해 이곳을 찾았다는 학생들이 조용히 인사를 드린 후 묵념을 하고 자리를 물러나는 모습이 보였다. 비슷한 나이였을 선배들의 ‘민족 독립을 향한 빛나는 의지’를 기억하며 새로운 꿈과 다짐을 확인하는 모습이 더없이 아름답다.

 

▲ 기념관 전시실을 둘러보는 학생들.

당시 운동의 생생한 내용을 전달해주는 공간은 2층이다. 4개의 주제로 나뉜 전시물들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핵심을 시청각 자료를 이용해 압축적으로 전달해 준다. 4개의 주제는 각각 ‘광주학생독립운동이란 무엇인가’, ‘왜 일어났는가’, ‘어떻게 투쟁하였나’, ‘광주학생독립운동의 계승’.

전시물들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의 태동은 ‘조선 민족을 일본제국으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조직한 비밀단체에서 비롯됐으며, 이들은 학우에게 독립 의식을 고취시키고, 몇 차례의 동맹 휴학을 강행하면서 단결력을 키웠다”고 전한다. 이어 “이러한 노력은 1929년 10월 30일 나주역에서 발생한 조선 여학생 희롱사건이 발단이 되어 11월 3일의 항일시위를 전개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며,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시실 곳곳에는 참가자들의 유품, 당시 전국에서 뿌려졌던 격문, 관련 주요 보도기사가 치열했던 투쟁의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비밀결사 ‘성진회’와 ‘소녀회’의 활동내용과 함께, 당시 학생비밀 투쟁본부 역할을 했던 ‘장재성 빵집 2층’에서의 회합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한 모형으로 전시돼 있다.

전시실 한편에서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주제로 한 영화 ‘이름 없는 별들’을 상영 중이었고, 옥중서신, 징벌방 등이 당시의 상황과 참가자들의 투쟁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기념탑, 현실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공간

 

▲ 횃불의 모양을 한 학생독립운동기념탑은 탑 사이로 사람들이 드나들며 함께 호흡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념관을 나와 왼편으로 보이는 높은 계단을 오르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의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을 만날 수 있다. 39미터 높이의 탑은 하나의 구심점을 중심으로 집합하는 힘이 모이는 형태로, 당시의 단결된 선열들의 의지를 상징화했다. 멀리서 보면 타오르는 횃불의 모양이며 각 탑의 입석군들 사이로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설계해 관람자들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는 기념물이 되도록 했다.

앞뒤 탑 주변으로는 4개의 군상이 배치됐고 좌우측으로는 다시 부조 2개가 설치돼 있다. 태극기를 든 청년학생, 비둘기를 날리는 인물상, 자주독립을 외치는 청년상, 굴욕적 교육에 항거하는 모습 등 4개의 군상이 생동감 있게 그려졌다. 부조에는 백두산을 배경으로 운집해 독립을 축원하는 형상과 평화통일을 위해 백두산 정상에 태극기를 세우기 위한 행진이 형상화돼 있다.

이들은 각각 당시의 독립을 위한 선열들의 의지와 함께 그 의지로 오늘의 힘찬 전진을, 그리고 다시 민족의 통일로 독립의 완성을 이뤄내겠다는 우리 모두의 의지들을 담고 있다.

기념탑에서 내려다본 빛고을 광주 시내, 바로 앞의 기념관과 지역주민들의 소통공간으로 자리 잡은 기념회관, 그리고 그 너머의 도심과 멀리 무등산까지 넓어진 시야는, 곧 다가올 11월을 향해 차가워지는 바람을 뚫고 광주학생독립운동 정신이 살아 있음을, 우리 미래를 향한 민족의 든든한 힘을 느끼게 하는 풍경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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