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서부보훈지청 보훈섬김이 임경남 씨가 충남 보령 신을순 어르신 댁을 찾아 간식과 건강상태를 챙기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초가을이라 날이 제법 쌀쌀한데도 신을순(93) 어르신 댁의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다. 오늘 임경남 보훈섬김이가 방문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그가 방문하는 날을 항상 이렇게 기다리신다는 어르신은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띠고 일주일에 두 번, 당신만을 위한 손님을 맞는다.

“딸이 없는 나에게 딸과 진배없어요. 우리 집에 와 주는 것만 해도 정말 좋은데 내 말벗도 해주고, 반찬도 챙겨주고, 예쁜 옷도 사다주면서 아주 세심히 챙겨줘요. 아들만 키워서 느낄 수 없었던 정을 늘그막에 느끼며 삽니다. 내 속내를 다 털어놓을 수 있는 진짜 내 딸이예요.”

임경남 섬김이는 보비스가 창설되기 전, 2007년부터 일을 시작해 올해로 11년 차에 이르는 베테랑 보훈섬김이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으로 독거노인 대상의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어르신들을 돌보며 부모님이 안 계신 아픔과 미처 다 드리지 못한 사랑을 아낌없이 풀며 그 자신도 위로를 받았다.

“마음에 상처가 있으신 분들이 저를 믿고 의지하시는 것을 보면서 이 일이 ‘나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 아들 군대 보내고 슬픔에 빠진 날마저도 어르신들 댁에 방문만 하면 웃음이 나더라고요. 제가 이상한 사람인가 싶을 정도였지요. 하하”

그는 대상자 한 분 한 분 꼼꼼히 살펴 기본적인 서비스 이외에 각자에게 필요하고 맞는 도움을 드리고 있다. 섬김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어르신들 표정만 봐도 뭐가 필요한지 바로 안다. 연로하신 유공자들의 팔과 다리를 안마해드리는 것은 물론 감기 기운이라도 있어 보이면 다음 방문 때는 요거트나 음료수, 과일, 집에서 직접 한 반찬을 들고 간다.

그는 어르신들이 뭔가를 받아서가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를 행복해 하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어르신들의 아픔이 꼭 자신의 아픔처럼 느껴져 어떻게 좋은 기운을 드려야 할지, 아픔을 나눠야 할지 늘 고민한다. 이 일이 사명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그의 한결같은 진심이 전해졌기 때문일까. 그가 방문을 그만두는 것이 싫어서 요양등급을 받고도 비밀로 하셨던 분이 있었는가 하면, 돌보던 어르신의 자녀가 감사의 마음으로 그의 낡은 차를 수리해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그에게는 이런 마음 씀씀이들이 섬김이 활동이의 자양분이자 원동력이다.

“어르신을 돌보는 일이 힘들 수도 있지요. 하지만 저는 제가 조금 피곤해도 어르신들이 웃으시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제가 돌봐드려서 건강하시고, 웃는 모습이면 저 자신의 기쁨이죠. 요즘 저의 가장 큰 걱정은 제 건강이에요. 제가 아파서 어르신들께 걱정 끼치게 될까봐 그게 제일 염려스러워요.”

그의 손을 꼭 잡고 “보훈처에서 보내주는 보비스가 없었다면 외로워서 살질 못했을 거야, 나 같은 사람을 책임지고 보호해줘서 국가에 제일 먼저 고맙고, 임여사는 꼭 내 생전까지는 일해야 해”라고 말하면서 마른 미소를 짓는 어르신의 마음은 언제나 따뜻한 봄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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