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남동부보훈지청에서는 전쟁의 아픈 상처를 안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참전유공자들을 위한 의미 있는 행사를 구상하던 중 옛 전우 만남을 통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 그렇게 마련된 것이 ‘보고 싶다, 그리운 전우야!’라는 행사다.

지난해에도 6월과 11월 경 여수지역 거주 어르신을 대상으로 각각 서울과 경북 영덕에 사시는 전우를 찾아드리고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격려와 찬사를 받은 일이 있어 시작부터 약간의 긴장감과 기대감이 함께 찾아왔다.

우선 보훈섬김이를 통해 상봉 신청자를 접수받은 후, 찾고 싶은 상대 전우의 주소와 이름, 신체적 특징 등을 단서로 해당지역 보훈단체, 관공서 등을 통해 소재를 파악했다. 각각 연락이 된 후에는 서로 만날 의향이 있는지 의사를 타진하고 일정을 조율해 만남을 추진해 나갔다.

올해 상봉행사는 전남 순천에 살고 계시는 88세의 참전유공자 안계수 어르신이 6·25전쟁 당시 해병대 1기 동기생으로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작전, 도솔천작전 등 다수의 전투에 함께 참전한 경북 포항에 사는 이봉식 어르신을 만나고 싶다는 사연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상봉 당일 아침, 옛 전우를 만난다는 기쁨에 단정하게 옷을 갖춰 입으신 안 어르신을 모시고 순천에서 4시간 정도를 차로 달려 포항에 도착했다. 두 노병은 서로를 보자마자 얼싸 안고 눈물을 흘리시며 감격의 순간을 가졌다.

젊은 시절의 모습은 사라지고 몸은 늙었지만 손을 꼭 마주잡으시고 얼굴을 만지며 옛 기억을 나누실 때는 우리 모두에게 알 수 없는 진한 감동이 전해져 가슴이 뭉클해졌다.

두 어르신은 옛 추억이 깃든 당시 훈련소였던 해병1사단을 방문해 해병대 역사관 등의 시설을 견학하고 참전 전우의 위패가 모셔진 6·25참전기념탑을 참배하는 등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짧은 만남의 시간을 마치고 헤어져야 하는 순간, 두 어르신들이 서로를 안고 마지막으로 나눈 말씀들이 생각난다. “이제 헤어지면 언제 볼거나, 살아생전 다시 보겠는가. 젊었다면 매일 찾아오겠지만 거동이 불편하니 이 멀리까지 왕래가 힘들어 언제 다시 보겠는가” 라며 울먹이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우리 주위엔 이런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참전용사가 많이 계신다. 그분들 모두에 대해 소중한 만남을 이루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한 분 한 분 사연을 귀담아 듣고 대상자를 찾아준다면 그것이 바로 따뜻한 보훈복지 구현의 첫걸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충수, 전남동부보훈지청 복지팀장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