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들이 읽는 책에는 국가경영을 위한 고민이 배어 있다. 사진은 청와대 오픈하우스에서 공개된 문재인 대통령의 서재.

새로운 해는 두 달 전 맞이했지만, 한 해의 시작은 항상 봄과 함께다. 땅이 녹고 바람은 부드러워지며 솜털 가득한 목련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우리는 또 한 번 새해를 품에 안는다. 1월에 했던 올해의 다짐을 되새길 시간이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어제보다 오늘 더 노력하는 것, 그것은 책, 독서를 통해 열린다. 국가의 경영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어떤 책들로 새해와 목표를 열어갈까. 그들의 서재를 들여다본다.

 

문재인 대통령 ‘명견만리’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명견만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와 대중의 지혜를 모아 함께 만들어낸 새로운 지식콘텐츠 방송이다. 강연과 다큐, 지식과 공감, 전문가와 대중이 융합된 새로운 방식으로 ‘콘텐츠의 진화’를 이끌어냈다는 평을 받은 ‘명견만리’는 출연한 각 분야의 저명한 인사들이 강연한 내용을 정리해 총 세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휴가 중 읽은 ‘명견만리’는 누구에게나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개인도 국가도 10면, 20년 이상 내다보며 세상의 변화를 대비해야 할 때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미래의 모습에 대해 공감하고 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공감하기 위해 일독을 권한다”고 추천했다.

명견만리는 각종 트렌드와 사례, 데이터를 통해 현재의 변화와 미래의 기회를 포착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문제’보다 ‘기회’에 주목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 전문가들과 동시대 사람들이 찾아낸 첨단의 해법을 나누며, 차별화된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해답을 찾아가는 다른 길을 제시한다.

 

트럼프 대통령 ‘손자병법’

미국 군사학교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을 투자해서 꼭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책”이라며 ‘손자병법’을 애독서 1위로 손꼽는다. 정치라곤 해본 적 없는 기업가 트럼프가 백전노장이 버티고 있는 미국 정치판에서 막강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오른 전략들은 ‘손자병법’에서 터득했을지 모르겠다.

손자병법은 춘추시대, 제후 간의 치열한 전쟁을 직접 겪은 손자가 다양한 실례와 역사적 기록,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전쟁을 어떻게 치러야 하는가를 ‘13편 6,000자’라는 짧은 글 속에 압축적으로 담아낸 동서고금의 명저다. 이 책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 하나다.

간결한 단어에 전쟁의 승패와 운명의 변화 원리가 놀랍도록 정확하게 압축돼 있다. 손자병법은 단순히 전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내용을 넘어, 인간 심리에 관한 깊은 통찰을 전해준다. 싸워서 이기는 방법뿐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시진핑 주석 ‘자치통감’

예로부터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은 지나간 역사를 거울삼아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중에서도 제왕학의 교과서로 알려진 ‘자치통감’은 마오쩌둥,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등 중국의 지도자들이 늘 곁에 두고 탐독했다. 시진핑 주석 역시 ‘자치통감’을 강조하며 본인의 애독서라 소개했다.

자치통감은 북송의 사마광이 전국시대부터 송 건국 이전까지의 1362년간의 역사를 294권 300만 자에 수록한 방대한 역사서다. 사마광은 ‘사기’를 쓴 사마천과 달리 사학자일 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 정치가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풍부한 정치 경험과 예민한 정치적 관찰력을 가지고 자치통감을 완성해 오늘날까지 칭송 받으며 ‘중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정치 교과서’라 불린다.

사마광은 집안과 조직을 이끌 사람은 외면의 재능보다는 내면의 덕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능은 집안과 조직의 성패를 가르지만 덕은 흥망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가 강력한 힘을 갖는 것은 자치통감이 다루는 1362년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권문세가의 흥망성쇠를 통해 사마광이 증명했기 때문이다.

통치자에게 국가 흥망성쇠의 거울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었던 자치통감은 조선의 국가 경영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서적이었다. 자치통감은 리더십에 관한 책이면서 우리 역사와 선조들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원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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