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밤나무 새순이 단단한 봉오리를 뚫고 나오기엔 아직 너무 이른 계절이다. 덕분에 숲은 빛의 세례를 온전히 받고 있다. 몇 줄기 햇살이 지저분하게 널린 낙엽더미를 비춘다. 작년에 떨어진 깉은 갈색-황금색 낙엽은 고집스러운 모양새로 바삭 말라버렸지만 아직 썩어 없어지지는 않았다. 작태양이 내뿜는 올해의 첫 열기가 차가운 볼을 따뜻하게 데우며 계절을 알린다. 너도밤나무 줄기에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쪽은 정말 뜨거울까? 4월의 봄비를 맞아 회녹색의 거친 나무껍질 아래서 활기를 되찾은 수액이 올라오고 있음을 그리는 건 어렵지 않다. 햇살이 닿는 얕은 토양에서는 봄꽃이 온기와 빛을 한껏 받아들인다. 꽃의 계절이 돌아왔다.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