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체는 기와 혈이 순환하는 통로인 경락과 인체 내 내장을 구성하는 오장육부가 잘 순환돼야만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경락과 오장육부에 원활한 기혈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몸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게 되는데, 담음과 어혈은 기와 혈의 순환을 방해합니다.

 

체내에 남은 군더더기 담음

담음은 원래는 정상적인 인체 내 물질이었다가 나중에 어떤 원인들에 의해서 비정상적으로 변해버린 것입니다. 인체에 존재하는 진액들은 정상적인 변화과정을 거친다면 혈액이나 림프액처럼 인체에 유익한 액체로 바뀌거나 파괴돼 체외로 배출됩니다.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지 못하면 체내에 군더더기로 남게 되는데 이것을 담음이라 합니다. 예를 들면 인체에는 어느 정도의 콜레스테롤이 있어야 하지만 이것이 과다해지면 병이 되어버리는 것도 일종의 담음에 의한 병에 해당합니다.

동의보감에 보면 ‘십병구담’ 이란 말이 있습니다. 즉 10가지 병중에 9가지는 담음으로 인한 병이라는 뜻으로, 이는 그만큼 사람의 기와 혈의 흐름이 건강에 중요한 요건이고 이러한 기혈의 흐름에 방해가 되는 담음은 인체가 가지는 여러 가지 병의 원인을 제공합니다.

또한 동의보감에는 담음병의 특징적 증상으로 눈 둘레가 검어진다고 기록 되어 있는데, 평소 눈 밑이 검어진 경우 담음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어혈이란 혈액의 정상적인 기능을 상실한 비 생리적인 혈액을 말하는 것으로 대부분은 타박으로 인해 푸르게 멍든 곳에 존재하는 혈의 상태를 말합니다.

 

체중 줄이고 평소 몸을 따뜻하게

우리 몸이 충격을 받아 혈관 밖으로 혈액이 흘러나오면 이 혈액은 기혈의 흐름에 장애를 일으키는 불순물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 외에도 어혈은 습하거나 차가운 환경에 많이 노출될 때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으로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에 생기기도 합니다.

담음은 전신을 잘 돌아다니면서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키는 반면, 어혈은 잘 옮겨 다니지 못하므로 통증이 일정한 곳으로 집중되는 현상이 있습니다. 또한 낮보다는 밤에 통증이 심해지고, 바늘로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을 호소하며 입술이나 혀에 검푸른 색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담음과 어혈은 기혈순환을 방해하는 물질이고, 기혈순환이 잘 안되면 담음과 어혈이 생기기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그래서 한의학에서 병을 치료함에 있어 담음과 어혈이 있으면 먼저 처방을 통해 담음과 어혈을 제거하고 원활한 기혈순환을 하도록 하는 치료를 많이 합니다.

담음병을 예방하려면 몸 안에 노폐물이 생기지 않도록 해줘야 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체중 감소입니다. 한의학에서는 ‘비인 다담’ 이라 하여 뚱뚱한 사람은 담음이 많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평소 몸을 따뜻하게 하며, 꾸준한 운동과 담백한 식생활, 적당한 휴식을 통해 담음과 어혈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병민 대전보훈병원 한방과 부장, atkb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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