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맞아 낡은 한옥에 살고 계시는 6·25참전유공자 어르신 댁을 직원들과 함께 방문하였다.

마당 곳곳에 쌓아놓은 쓰레기를 치우고 집안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대청소를 하기 위해서였다. 백발의 참전유공자 어르신은 보훈청 직원들이 우리 집까지 찾아와 주어 너무 고맙다고 하시며, 손수 음료수를 챙겨주시고 고구마까지 삶아 주셨다. 몇 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홀로 외롭게 생활하시는 어르신은 집안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하신 것 같았다.

가뜩이나 좁은 마당을 발 디딜 틈 없이 차지하고 있던 각종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만하고 어서 들어오라고 계속 성화를 하셨다. 겨우 일을 마무리하고 직원들이 거실에 둘러앉으니 갑자기 안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종이 뭉치를 들고 나오셨다. 모두 어르신이 손수 쓰신 서예작품들이었다. 오랜만에 집에 찾아온 반가운 손님들에게 어르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싶으셨나 보다.

작품 하나하나 열심히 설명해 주시며 신명나게 옛 이야기를 하시는 어르신의 행복한 모습을 보니 이분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주변의 구체적인 물질적 도움보다 우리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시절 총탄이 빗발치는 전쟁터를 누비며 나라를 지켜내고, 삶의 현장에서 우리나라 근대화의 역군으로 눈부신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낸 6·25참전유공자들은 이제 대부분 80대 후반으로 몸도 마음도 많이 약해지시고 누군가의 관심과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시기가 되었다. 이제 우리들이 그 분들의 희생과 헌신에 보답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대구지방보훈청은 이 분들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보훈섬김이를 통한 재가복지서비스, 지역사회와 연계한 체험나들이 행사, 주거환경 개선, 치매예방프로그램 등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행복나눔 직원봉사단을 구성하여 대청소, 위문품 전달, 안부전화 등을 통한 따뜻한 보훈 실천에 노력하고 있다. 불편한 몸으로 어렵게 생활하시면서도 이렇게 나를 생각해 주는 보훈청이 있으니 행복하다고 말씀해 주시고 고맙다고 손을 잡아주시는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뵐 때면 따뜻한 보훈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국가유공자 한분 한분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드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따뜻한 사랑의 손길을 전하고자 하는 우리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어르신들에게 보다 행복한 노후를 선물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대구지방보훈청 복지지원팀장 조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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