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정아 보훈섬김이가 고인기 어르신 과 함께 잘 자란 화분들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 중심부 서쪽을 나지막이 감싸안은 도솔산 아래 한 대학교와 이어진 아파트. 조금 오랜 듯 하지만 깨끗한 외관이 마음을 편안하는 곳이다. 한여름을 향해 달리는 이곳에서 월남전 참전유공자 고인기 어르신(84) 댁에 강정아(48) 보훈섬김이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몸이 많이 불편하신데도 어르신의 표정은 그지없이 밝다.

“딸도 여럿이고, 대전에 사는 딸도 있지만 이렇게 가깝게 나를 도와주고 함께하는 강 선생이 있어 행복하죠. 자연스럽게 강 선생 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밝은 얼굴로 얘기 들어주고 함께 얘기하고…. 딸이고 친구고 그렇지요, 이젠.”

월남전 맹호사단으로 참전했고, 73년5월 귀국해 군에서 25년을 근무한 어르신은 군에서 인사과 선임하사를 끝으로 정년 퇴임했다. 그래선지 적지 않은 연세에도 꼿꼿한 자세에 집안 정리도 군인의 ‘각’이 딱 잡힌 모습이다.

화초 기르기를 유난히 즐겨해서 베란다는 온통 화분과 꽃들로 환하다. 평상시에는 화초들과 대화를 나누고, 강 섬김이가 방문하면 함께 화초를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누는 게 가장 즐거운 일이란다.

“사실은 저희 시아버님께서도 참전유공자이셨습니다. 2013년엔 시아버님의 고지탈환전 전공이 확인됐다며 훈장을 주셔서 무공수훈자가 되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무공수훈자의 며느리로 승격한 거예요. 결혼 전에 돌아가셔서 한 번도 뵌 적은 없지만 이렇게 인연을 갖게 됐네요.”

그는 더 좋은 서비스를 해 드리고, 일을 잘 하고 싶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사회복지와 노인상담에 대해 다시 공부 하고, 틈틈이 책도 읽으며 자신을 갈고 닦는다.

“시아버님과 같은 세대를 살아오신 분들을 매일 만나면서 아버님을 모시듯 모시고 이해하고, 도와드리고, 그렇게 일을 하고 있지요. 이젠 저도 날마다 자랑스런 시아버님들을 모시고 있는 셈이지요, 즐겁게. 하하.”

10년이나 일을 한 선배들도 있지만 강 섬김이는 이제 겨우 5년차. 그러나 누구보다 이 일에 대한 즐거움과 보람을 만끽하고 있다. 집안에서의 지원도 든든하다. 현재보다 조금 좋은 자리로 움직일 기회가 있어서 조심스럽게 의논했더니 남편과 아이들이 고민도 하지 않고 하나 같이 이동을 한사코 말렸단다.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면 이 일이 힘들고 어렵지요. 그러나 보람과 의미를 생각하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가족들도 친구들도 섬김이 일을 하면서 표정도 더 밝아졌고 생기가 넘친다고 얘기한다. 봉사하는 일이 봉사자에게 더 훌륭한 결과를 남긴 셈이다.

보훈가족. 대상자와 후손과 그분들을 위해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래서 강정아 섬김이를 중심으로 만난 보훈가족들도 오늘 여기서 ‘가족의 정과 우애’를 깊게 나누고 있다.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