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탐방 프로그램 중 서대문형무소를 찾은 수피아여중 학생들.

빛고을 광주, 100여 년 전 미국선교사가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내다보며 세운 광주수피아여중. 광주 양림동의 근대문화유산 중 하나인 이 학교는 지난해 나라사랑 창의체험학교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나라사랑 관련 학습을 통해 교과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창의교육과 전인교육의 장을 활짝 열었다. 창의체험학교 우수학교로 선정된 이 학교의 프로그램을 맡이 이끈 담당교사들을 만났다.

한여름을 넘어서는 광주수피아여중(교장 박현숙) 교정은 짙은 녹색에 살짝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으로 가득 찼다.

▲ 이지희(좌) 유영미(우) 교사

여중·여고 공동정문 앞의 ‘광주3·1만세운동 기념동상’(당시 만세운동에서 옥고를 치른 2명의 교사와 21명의 수피아여학교 학생의 정신을 기리는 기념물)을 지나 녹음 짙은 거리에서 들려주는 두 교사의 이야기는 1919년의 정신이 100년을 지나 오늘의 교육 속에 재현된 듯 오버랩되어 들려왔다.

“오늘을 사는 나라사랑의 정신을 하나씩 배우고 프로그램에 따라 체험하면서 학교와 지역사회의 역사,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을 익혀나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교육이 지식으로 끝나지 않고 삶속에서 올바른 가치관으로 자리잡도록 기획했습니다.”(이지희 교사, 역사)

“우리의 양림동 프로젝트는 최대한 창의적인 생각과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교사도 학생도 교과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고 재미있게 참여하면서 살아있는 교육이 되도록 고민했지요. 시범학교 선정과 권장 프로그램을 의식하지 않고, 최대한의 ‘창의적’ 교육이 ‘체험’과 함께 이뤄지도록 노력했습니다.”(유영미 교사, 도덕)

4월, 첫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독도교육주간으로 운영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독도 사랑 교육’. 독도의 날 계기교육이 전교생을 대상으로 치러졌고 독도골든벨이 두 차례에 걸쳐 펼쳐졌다.

“방송국의 유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독도골든벨은 신나는 한 바탕 축제였습니다. 즐거운 분위기에서 문제를 풀고 지식을 쌓고, 우리 땅에 대한 깊은 마음도 함께 느낀 가슴 뿌듯한 시간이었습니다.”

창의적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도전하면서 기획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박 3일에 걸친 나라사랑 진로역사캠프가 진행됐고, 역사동아리 ‘역사랑 놀자’ 문화재 지킴이 교육, 강진역사체험활동, 한국민화뮤지엄 체험활동, 내친김에 2학년 수학여행도 군산을 포함시켜 근대역사문화 탐방이 이뤄지도록 했다.

그 중의 백미는 광주 근대역사유적지 탐방 및 1930양림쌀롱 체험활동이었다. 학교가 양림동 유적이자 전체 유적지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지만, 정작 학교와 지역, 마을의 역사를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한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해 그들을 역사의 한 복판으로 뛰어들게 하겠다는 프로그램이었다.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활동과 연계해 ‘나라사랑 광주-양림 문화 유산탐험대’를 기획했습니다. 광주와 양림동, 우리학교와 내가 선 자리를 알아가는 게 나를 사랑하고 학교를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첫발이라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거죠.”

역사현장을 찾는 프로그램도 학생들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크게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군산 근대역사문화 견학, 국립현충원 참배, 서대문형무소 방문 등은 교과서에서만 배우고 사진으로만 보아왔던 역사의 현장에서 우리 민족의 고난의 역사를 보다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이외에도 호국보훈의달과 유엔군 참전의날 등을 맞아 실시한 계기수업도 감사편지 쓰기, 외부강사를 초청한 강의 등으로 균형 잡힌 역사관을 갖도록 하는 힘을 기울였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11월 학생의날 계기교육은 민주주의와 독립을 향한 선배들의 치열한 투쟁과 삶을 깊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부모님과 함께 하는 트레킹을 통해 아름다운 풍광을 직접 보게 했고, 독립운동 등의 현장을 찾아가서 스스로 자신의 인식을 확인하고 바꾸는 과정을 거친 겁니다.” 유영미 교사가 지난 1년을 돌아보았다.

이어 이지희 교사는 올해로 이어지는 교육에 대한 기대를 펼쳐놓는다. “올해 프로그램은 가능한 한 나와 지역, 내 자신과 삶에 대한 자부심을 스스로 느끼도록 하는 쪽으로 집중하고 있습니다. 작은 예산을 쪼개 최대한 활용할 계획입니다.”

올해도 변함없이 창의와 체험으로 아이들과 아이들의 미래를 가꾸는 일은 계속된다.

두 교사는 학교의 전면적 지원 아래, 올해도 역사문화의 현장 양림동 ‘수피아’에서 조용한 혁신, 학생들의 마음의 키와 역사적 인식을 한 뼘씩 자라게 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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