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강릉. 솔향 가득한 도시답게 깨끗하게 정리된 거리를 달리다 강릉 올림픽 파크 인근 조용한 주택가에 닿았다.

도시가 널찍이 내려다 보이는 2층 참전유공자 최승기 어르신(85) 댁. 오늘은 이곳을 김수정 복지사(45)와 손옥분 보훈섬김이(57)가 함께 찾았다.

환한 미소로 일행을 맞이하는 최승기 어르신은 오랜만에 만난 딸을 보듯 환한 표정에 반가움을 듬뿍 담아 손님을 안내한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어르신은 요즘 불편한 몸과 병원에 다녀왔던 이야기에서부터 군대시절의 경험까지 구성지게 얘기를 이어간다. 몇 번은 들려주셨을 이야기인 듯 하지만 진지하게 듣고 있는 김수정 복지사와 손옥분 섬김이는 영락없는 두 딸이다.

김수정 복지사가 강원동부보훈지청의 복지사로 일을 시작한 것은 올해로 10년째. 민간의 간호사로 일을 하던 중 국가보훈처가 복지사를 선발한다는 내용을 전해 듣고 미리 준비를 해오다 결단을 내렸다. ‘잘 나가는 간호사’에서 ‘더 좋은 복지사’로 삶의 방향을 바꾼 것이다.

“의료서비스 현장에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사람’을 보살피는 케어서비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죠. 면허를 가진 정식 간호사였지만, 복지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복지사’ 공부를 열심히 했고, 이제는 복지사 자격증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접 학문이라 생소하거나 어렵지는 않았지만, 김 복지사는 그때 열심히 ‘주경야독’ 했다고 돌아본다. 그래서 지금은 당당한 복지사이고, 간호사의 전문성을 활용해 더 전문적인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며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왜 이 선택을 했는지가 궁금했다.“환자를 위해 일하는 것과 국가유공자를 위해 일하는 것, 커다란 차이가 있지요. 약자, 혹은 환자를 위해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저는 국가유공자라는 훌륭한 분들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게 결정적인 차이인 것이죠.”

당연히 김 복지사는 이 특별한 일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크다. 그는 특히 어르신들의 ‘이야기 들어주기’가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국가유공자분들이 자신을 ‘귀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드리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국가유공자께 진정으로 다가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들의 서비스가 가사를 도와드리는 ‘작업’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이 담긴 ‘지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그가 관내 국가유공자들과 그들을 직접 만나는 보훈섬김이들께 쉬지 않고 드리는 말이다.

보훈섬김이와 함께 현장을 방문하는 일, 보훈섬김이를 지원하고 돕는 일, 정말 필요한 방문서비스를 받고 있지 못한 국가유공자를 발굴하는 일, 각종 사례들을 관리하는 일 등등 하루를 몇개로 쪼갰는지 셀 수도 없을 만큼 바쁘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보훈처 서비스도 주 3회 방문으로 서비스 중인 장기요양 서비스에 맞춰 서비스의 질을 높여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가 오늘도 믿는 것. 국가유공자와 서비스 담당자의 깊은 신뢰가 모두의 만족도를 높인다는 것이다. 국가유공자가 자랑스러운 사회, 국가유공자와 함께 일하는 모든 이가 행복한 사회, 오늘 그가 꿈꾸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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