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영, 사소한 기념비, 2015~2017, 캔버스에 유채, 발견된 오브제, 램핑, 코팅, 가변크기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제3, 4전시실과 회랑(2층)에서 ‘소장품특별전 균열II : 세상을 향한 눈, 영원을 향한 시선’이 열리고 있다. 전시 기간은 내년 9월 22일까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균열’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주요작가 작품을 통해 20세기 이후 한국 근현대미술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하는 전시다. 전시 제목인 ‘균열(龜裂)’은 빈틈없이 꽉 짜인 완고한 시스템으로 둘러싸인 현실의 벽에 끊임없이 균열을 가하는 예술가들의 행위와 이들의 근본적인 존재 의미를 상징하는 핵심적인 단어.

철옹성 같이 현실의 단단한 벽에 미세한 균열을 가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세계의 문을 열어젖히려는 예술가들의 시도는 20세기 이후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 되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세상을 보는 눈’과 ‘영원을 향한 시선’이라는 두 가지 대비되는 주제를 통해 예술가들이 시도하는 ‘균열’의 양상을 조망한다.

현실에 해당하는 ‘세상을 보는 눈 : 개인과 공동체’(3전시실, 2층 회랑)는 공동체의 지향성과 개인의 실재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파고드는 작가 30인의 작품 45점이 선보인다.

역사적 사건과 기록 자료를 기반으로 민족과 국가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나현, 촬영자의 퍼포먼스를 통해 공동체의 지향성과 개인적 현실과의 괴리를 보여주는 오인환, 어렵게 완성한 이미지를 한줌의 모래로 환원시키며 견고할 것만 같은 국가 개념을 재고하게 하는 주세균, 여러 번의 매체 변화를 통해 강력한 상징 이미지의 변화과정을 제시하고 있는 하준수의 작업이 전시된다.

우리 사회의 폭력과 억압의 기재를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나타낸 조습, 정신과 의사와 고문피해자의 다큐멘터리 연극을 통해 한국 근대화 과정에서 결여된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임민욱, 법정에서 최후진술서를 잘 전달하기 위해 연기 지도를 받는 과정을 기록한 옥인 콜렉티브, 이주라는 상황이 만들어낸 모순적 현실을 이주 노동자의 연극을 통해 보게 하는 믹스라이스, 관찰자 시점으로 한국인의 보편화된 집합 무의식을 통찰, 기록하고 있는 조민호의 작품이 전시된다.

 

▲ 이우환, 선으로부터, 1974, 캔버스에 석채, 194x259cm

또한 독특한 방식으로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하는 정윤석, 한국의 분단 현실을 일상적 삶에서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는 노순택, 굴절된 한국사의 비극을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는 강용석, 개성적 화법으로 우리 사회의 본질적 인간성을 탐구하고 있는 안창홍의 작품과 도시의 재편성 과정에서 기존 공동체가 소멸되는 부조리함과 아쉬움에 주목한 강홍구의 작품이 제시된다.

‘이상’에 해당하는 ‘영원을 향한 시선 : 초월과 실재’(4전시실, 2층 회랑)는 현실과 일상의 비루함 속에 감추어진 본질을 주시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이상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예술가들의 시도를 살핀다.

갑작스러운 부친의 죽음과 그 과정이 압축된 GPS 기록과 심박수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풍경과 가상의 풍경을 결합한 김희천, 역사의 비극 속에서 희생되고 잊힌 익명의 존재들을 현재의 시점에 재위치 시킴으로서, 비극적 사건 속에 사라진 존재들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송상희의 영상이 전시된다. 장민승과 송현숙, 홍순명은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비극을 다룬 영상,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또 넓디넓은 적막한 광야를 마음껏 휘몰아치는 바람의 기운을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추상회화를 선보인 윤명로, 무심하게 툭툭 찍은 점묘를 통해 한국화의 전통과 현대적 미감을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는 김호득의 한국화, 특유의 엄격한 구성과 절제된 표현과 달리 자유롭고 대담한 필체를 보여주는 이우환, 길게 늘어진 가을 햇빛이 그려낸 느슨한 그림자의 형상을 묘사한 곽남신의 연필 드로잉, 작은 조각의 철사를 용접하여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존 배의 조각 등 우리를 살게 하는 우리와 같이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존재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긴 그림들이다.

 

▲ 존배, 누구의 형상으로, 2009, 철 용접

116.8x116.8x81.3cm

▲ 방혜자, 우주의 빛, 2001, 부직포에 혼합재료

205x245cm

 

 

 

 

 

 

 

 

 

 

내년 9월까지 장기간 전시되는 전시회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한다. 전시의 기획의도와 출품작을 소개하는 MMCA 토크, 워크숍 등이 마련된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의 전시와 교육을 입체적으로 연결해 관람객의 경험을 확대하고자 시도한다.

특히 이번 전시의 가이드투어는 배우 한혜진 씨의 음성재능 기부를 통해 제작됐다. 관람객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전할 가이드투어는 국립현대미술관 모바일 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정기해설은 월요일 제외한 모든 날 오후 1시 제3전시실 앞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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