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복지사로 첫 출근한 게 벌써 7년 전 일이다. 7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무슨 일을 했나 돌이켜보면 나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보훈청을 연결하는 일을 한 것 같다. 그래서 보훈복지사라는 직업은 다리와 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한다. 복지대상자와 섬김이를 연결해주고 섬김이와 보훈기관을 연결하는 다리, 또한 대상자와 보훈기관을 연결하는 다리.

현장에서 일하는 보훈섬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속기관에 전달하는 역할도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소속기관의 업무지시나 전달사항들을 섬김이에게 전하는 역할은 기본이다. 언제나 두 대상 사이에 있는 보훈복지사는 그 사이에서 치우치지 않고 중립의 입장을 지켜가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를 지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오랜 시간 함께한 동료들(동료복지사들, 같은 부서 직원들, 섬김이분들)과 자식처럼 손녀처럼 우리를 아껴주시는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는 늦둥이 셋째를 낳고 1년이 넘는 동안 휴직기간을 가진 후 복직했다. 올해 많은 변화가 있었던 복지파트였기에 빨리 적응하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섬김이분 병가로 대체 지원을 다녀온 날, 선배복지사가 몇 시간 전에 어르신이 손 복지사 복직했다고 얼굴 보러 왔다며 다녀갔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나이로 보나 하는 일로 보나 내가 어르신을 찾아뵙는 것이 당연함에도 어르신이 찾아오시게 한 것이 죄송스러우면서도 나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시고 마음을 써 주시는 게 얼마나 감사했는지. 또 다른 어르신은 셋째아이 출산 한 일 너무 잘했다. 복직한 거 축하한다며 내 일처럼 기뻐하는 목소리로 전화를 주셨다. 내가 이런 사랑을 받을만한 일을 했었나 돌아보며 그 분들의 사랑이 새삼 깊게 느껴졌다.

이제 우리 어르신들이 제일 힘들어하시는 겨울이 다가온다. 그래서 나도 동료복지사들도 모두 바빠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추운 겨울 동안 드실 김장을 위해 며칠 후부터는 장을 보고 김장을 도와줄 봉사자들을 모으고 김장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누구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후에는 추운 겨울 혼자 지내실 어른들에게 조금의 온기라도 지켜드리기 위해 방한작업을 해야 한다. 단열 에어캡과 문풍지로 문틈으로 파고드는 추운바람을 막는 일도 쉽지 않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의 연탄과 난방비 지원 등을 위해 후원자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지만 그래도 내 안에 즐거움이 있는 건 내가 하는 이 일을 통해 누군가는 조금 더 행복해질 것이며, 누군가는 조금 덜 힘들 것이며, 또 누군가는 삶의 작은 희망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번 겨울도 어르신들과 함께 힘을 내 조금 더 따뜻하게 마음을 모아보리라. 움츠러들기 쉬운 계절, 어르신들의 행복한 미소가 내 마음을 녹여온다.

손영해  경북남부보훈지청 복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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