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 갤럭시, 2003~2016, 종이에 드로잉, 각종 오브제, 가변 크기.

밤하늘을 수놓는 작은 별빛은 저마다의 모양과 색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든다. 별처럼 우리 인생도 각기 다른 모양새로 아름답게 빛을 내며 바라보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우주 속 작은 별들처럼 작지만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인 우리들, 여기에 우리 삶의 의미와 그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들이 모였다.

지난해 12월 개관한 충청북도 청주시 청원구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우리는 모두 별의 후예’라는 공통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인간을 이루는 구성하는 기본 원소는 별의 그것과 같고, 우리는 별에서 태어나 다시 별로 돌아가는 존재라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이번 작품들은 우리의 존재가 우연히 만들어진 하찮은 존재가 아님을, 거대한 우주와 그 본질을 공유한 존재이자 우주의 한 부분으로 돌아갈 운명을 지닌 고귀하고 지적인 존재임을 이야기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은 일상의 이야기에 주목하는 강익중, 김수자, 정연두, 원성원, 이선민, 김옥선, 김상우, 전소정, 양정욱, 차재민, 임흥순, 고재욱, 김다움, 최수앙, 김을 등 15명의 작가의 작품 23점으로 구성됐다.

이번 기획전시실 입구에서부터 줄지어 선 8개의 대형 스크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수자의 ‘바늘’ 작품이다. 도쿄, 상하이, 델리, 뉴옥, 멕시코 시티, 카이로, 라고스, 런던 등 8개 도시의 번잡한 거리가 담겼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 바늘처럼 꽂꽂히 서있는 여성의 뒷모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천과 천을 연결하는 바늘처럼 작가는 자신의 몸을 이용해 도시 속 익명의 존재들을 감싸 안으며 동시대를 함께 통과하는 인간에 대한 깊고 따뜻한 애정을 보여준다.

김상우, 세대, 2003, 캔버스에 유채, 190×70×10cm.

그 뒤로 걸음을 옮기면 실제 사람보다 큰 사이즈의 세로형 캔버스에 담긴 인물들이 관람객을 맞는다. 특유의 사실주의적 화풍으로 살아있는 듯 생생한 인물들을 재현해내는 김상우 작가의 작품 ‘세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2016년 올해의 작가상, 2018년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한 김을 작가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의 이름은 ‘갤럭시’.

그 이름 그대로 은하계를 형상화하고 있는 이 작품은 작가가 세상과 대면하면서 발생한 크고 작은 충돌의 흔적 하나하나를 1,200여 점의 드로잉 작품들로 표현해 한데 모은 것이다. 각각의 순간이 모여 하나의 인생이 되는 것처럼, 순간을 담은 작품들이 이루는 거대한 우주는 작가의 자화상으로 거듭난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온 몸으로 거대한 세상과 마주하며 뱉어낸 숨결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1층 개방수장고에서 관람객이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감상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8,100여 점의 한국현대미술 소장품 중에서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주제에 맞춰 엄선된 대표작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6월 16일까지 계속된다.

관람료 무료. 매주 월요일 휴관.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