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열린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원용이씨가 유족 대표로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왼쪽에서 두번째).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 했던가. 슬픔을 아름다운 나눔으로 이겨내고 새로운 삶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이 있다. 우리 모두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장철희 일병의 부모 장병일·원용이씨를 만났다. 벚꽃이 진 자리에 초록이 돋아나는 계절, 서울 서초구에서 장철희 일병의 어머니 원용이씨는 겨울을 이겨낸 편안한 모습이었다.

장병일·원용이 부부는 2011년부터 아들 장철희 일병이 졸업한 대진고등학교에 매년 200만원씩을 지원하고, 장철희 일병의 천안함 전입 동기 3명에게 대학 복학부터 졸업까지 매년 1인당 200만원씩 학자금을 후원했다. 두 사람은 천안함재단에도 매년 100만원씩 기부를 이어오고 있어 조용히 화제가 되고 있다.

매년 3월 22일 서해수호의 날을 전후로 원용이씨는 아들 장철희 일병의 모교인 대진고를 방문한다. 대진고 교정에는 장철희 일병과 천안함 46용사를 기리는 추모비가 세워져 있다. 올해도 원용이씨 부부는 대진고를 방문해 추모비를 찾아 아들의 모습인 듯 인사를 하고,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전달했다.

원용이씨 부부는 아들의 후배들을 모두 아들처럼 여기며 그들의 미래를 격려하는 마음에 장학금 지원을 시작했다. 이들의 장학금은 매년 2명씩 형편이 어려운 학생 또는 주변에 모범이 되는 학생에게 전달된다.

 

이번에 장학금을 받은 한 학생이 원용이씨에게 감사의 편지를 남겼다. 교내 현충시설 수호천사봉사단에서 활동 중인 학생은 “추모비를 보며 평소에도 선배님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장학금까지 받게 돼 감격스럽고 너무나도 감사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왔다. 편지를 받은 원용이씨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 철희를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감사하죠.” 그 작은 인사에서 다시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는 듯 했다.

원용이씨 부부는 또 장철희 일병의 천안함 전입 동기인 3명에게 대학 졸업까지 학자금을 후원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이야기라도 서로에게 상처가 될까 전입 동기들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이제 9년의 세월이 흘러 추모제 때마다 만나면 서로를 꼭 안아주는 또 하나의 가족이 됐다.

“아들이 입대하기 전 대학 등록금을 미리 마련해놨어요. ‘그 돈은 어차피 나갈 돈이었으니 철희 동기들을 위해 쓰자’며 남편과 뜻을 모았어요. 큰 일을 겪은 아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지금도 매년 어버이날이나 명절마다 찾아오거나 연락을 하는 착한 아이들이죠. 취업했다는 소식,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심이 되고, 잘 살아줘서 너무 고마워요.”

원용이씨 부부는 아들의 동기들에게 학자금을 후원하면서 생존장병의 아픔에 대해서도 마음을 많이 썼다.

“유가족들과 생존장병이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당시 사건으로 육체적으로 다친 장병들도 많고,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일상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찾다가 천안함재단을 알게 됐고, 생존장병 지원에 써주길 바라며 기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원용이씨 부부는 매년 기부를 이어갈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말한다. 원용이씨는 지금까지의 기부와 후원이 천안함 사건 때 많은 국민들로부터 성원과 관심을 받았고, 그걸 갚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부를 하고 나면 지고 있던 무거운 짐들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듯하다”며 웃는다. 이들 부부가 밝게 웃으며 이웃을 지원하고 거기서 기쁨을 찾기에, 주변에서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그 마음이 조용히 번져가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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