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복 보훈섬김이와 양경자 어르신이 마주보면 대화하고 있다.

봄볕 가득한 인천 서구 가정동의 조용한 주택가. 독립운동가 후손인 양경자 어르신(84세)은 오늘도 옥상에 올라 권순복 보훈섬김이(61세)가 ‘어디쯤 오고 있나’ 내려다 보신다. 일주일에 한 번 권순복 섬김이가 방문하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양경자 어르신은 권순복 섬김이를 환한 웃음으로 맞이한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고, 내 얘기도 잘 들어주니 얼마나 좋아. 딸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좋아요. 내 친자식도 아닌데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 맛있는 반찬도 만들어주고, 집안 살림도 도와주고, 많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정말 좋아.”

양경자 어르신이 섬김이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자 권순복 섬김이도 질세라 어르신 그림 실력이 출중하다며 치켜세운다. 어르신의 그림을 가져와 자랑을 시작한다. 서로 칭찬을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에 보는 사람마저 마음이 따뜻해진다.

존재만으로 어르신을 미소 짖게 하는 권순복 섬김이는 올해로 보훈섬김이 일을 10년째 하고 있다. 보훈섬김이를 하기 전에 자원봉사 활동도 많이 했지만 요즘은 이 일이 천직이라 느낀다.

10년간 좋은 일도, 힘든 일도 많았다는 그. 앞으로도 힘 닿는 데까지 계속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국가유공자에 대한 깊은 사랑이 묻어난다.

“양경자 어르신처럼 부부가 같이 계시는 집도 있지만 연세 드시고 혼자 계시는 어르신들이 더 많아요. 이 분들은 많이 외로워하시고, 가사도 벅차하시고, 밥도 잘 안 챙겨 드시는 경우도 많아요. 그 형편을 생각하면 속상하기도 하고 그래서 제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돼죠. 어르신들을 챙겨드리고 현관문을 나설 때면 또 제가 오기를 기다릴 어르신 생각에 마음이 짠해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많이 있음을 알리고 작게나마 이 일에 동참하도록 하는 일도 열심이다. 지난번에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지인을 설득해 자원봉사로 어르신들의 이발을 도와드리기도 했다.

“생활 속에서 늘 우리 어르신들을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어르신들도 제 생각을 많이 해주시죠. 딸이라고 불러주시는데 제가 어떻게 ‘딸처럼’ 일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남들한테는 쉽게 하지 못하는 얘기도 제게 털어놓고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하세요.”

그는 보훈섬김이 제도가 있어서, 어르신들 곁에 있어 드릴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어르신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권순복 섬김이는 오늘도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위해 아침부터 달린다. 가끔 어르신들의 지나가는 작은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하고, 모시던 어르신이 아프거나 돌아가셨을 때 가슴이 미어지고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나 자신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위해 힘을 내는 권순복 섬김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서둘러 또 다른 어르신 댁으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에서 봄바람의 따뜻한 기운과 함께 어르신들을 향한 진심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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