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무더위가 코앞으로 다가온 듯하다. 아침저녁으로 아직 선선한 기운이 남아있지만 한낮이 되면 작년에 맹위를 떨쳤던 무더위가 올해도 반복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될 정도로 후덥지근한 더위를 느낀다. 바짝 다가온 무더위는 작년 폭염에 만났던 한 할아버지의 기억을 되새기게 만든다.

복지업무를 맡고 처음 맞이한 작년 여름은 20여년만의 폭염으로 서울북부보훈지청에서는 고령의 재가복지대상자들을 방문해 폭염대비 요령과 건강관리 유의사항 등을 안내하고, 지역사회의 후원으로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신 분들께는 선풍기와 쿨매트 등을 지급했다.

그러던 중 성북구에 거주하시는 무의탁 어르신이 식사를 거부하고, 병원도 거부하며 누워만 계신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달리 가족이 없으신 분이셨고 복지사와 직접 방문해 의사를 여쭤봤지만 어르신은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식사도, 병원도 명확하게 거부하셨다.

해당 주민센터에 협조를 요청하고, 일정기간 보훈섬김이가 매일 방문해 어르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도록 조치하고, 이웃분들에게 자주 확인해 줄 것을 부탁드렸다.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어르신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곧바로 병원에 입원하시게 됐다.

어르신은 어떻게 느끼셨을까. 안타까운 마음과 와중에 다행히도 어르신이 빨리 발견됐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한편으로는 우리가 진정 어르신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드리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재가복지서비스는 고령과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국가유공자 및 보훈가족 안락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 일이 있기 전에는 보훈섬김이가 주 1~2회 방문하는 서비스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어르신 일 이후에는 재가복지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고령의 보훈가족에게 제공되는 재가복지서비스는 어르신들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보살핌을 드리고, 때로는 위기에 직면한 보훈가족을 구해내는 역할도 한다. 또 지역사회와 연계한 배려는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는 삶의 따뜻한 온정을 느낄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재가복지서비스를 받고 계신 국가유공자 및 유가족들은 시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많은 아픔과 슬픔을 갖고 살아오신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분들의 공헌과 희생의 기억이 슬픔으로 남지 않고 자긍심이 되고, 그 분들이 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소망이 있다면 올 여름은 폭염이 비켜가기를, 어르신들이 모두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우리 모두가 주변에 홀로 계시는 어르신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작은 도움과 배려로 따뜻한 보훈이 널리 확산되기를 바래본다.

이지희 / 서울북부보훈지청 복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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