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미 보훈섬김이가 김종철 어르신에게 안부를 여쭤보고 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아파트, 활짝 열린 현관 문밖으로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려온다. 선선하게 부는 바람과 함께 열린 문 안으로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이 보인다. 최경미(53세) 보훈섬김이가 김종철(87세) 6·25참전유공자 어르신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챙겨 먹어야 하는 약은 잘 드셨는 지, 식사는 어떻게 하셨는 지, 아프신 데는 없는 지 여쭤보고 집안 여기저기 손길이 필요한 곳은 없는 지 확인한다.

최경미 보훈섬김이를 ‘최 선생’으로 부르는 김종철 어르신은 집안일을 꼼꼼히 살피며 작은 일 하나라도 더 챙겨주는 최 선생에게 늘 고마운 마음 뿐이라고 한다.

“처음 최 선생이 왔을 때 더 필요한 거 없는지 물어보는데 낯설기도 하고 일 시키기가 미안하기도 해서 말을 못했어요. 그런데 매번 올 때마다 변함 없이 차분히 물어봐주고, 집안일을 챙겨주니 좋더라고요. 지금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지체없이 얘기해서 도움을 받아요. 하하.”

최 섬김이는 어르신이 ‘친구가 카레를 먹었다더라’는 말에 어르신이 카레를 좋아하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다. 이번 여름엔 기력보충하시라고 삼계탕도 메뉴로 생각해두고 있다. 물건을 아껴 쓰고 잘 버리지 않는 어르신 성향에 맞춰 반찬통 하나, 양말 한짝 허투루 버리지 않는다.

최경미 섬김이는 어르신 댁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대화를 나누며 어르신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파악한다. 원하는 것을 대놓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아 직접적으로 물어보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요구를 발견하는 편이다.

보훈가족과 함께 한 지 어느덧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그는 이제 이 일을 천직으로 여긴다.

“사회복지 공부를 하다가 주변의 추천으로 보훈섬김이를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1~2년만 하다가 그만두고 공부를 더 해야지 했었는데 일을 시작하고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죠.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그 시간이 참교육이자 인생공부죠. 게다가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춘을 바친 존경스러운 분들의 노후를 지켜드리는 일을 할 수 있어 매순간 보람을 느껴요.”

자부심으로 보훈섬김이 일을 계속해 온 그는 어르신들에게 ‘좋은 친구’가 돼드리는 것이 목표다.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어르신들과의 추억은 이제 언제나 그리움과 감사함으로 가슴에 남았다.

“예전에 남편을 잃고 혼자 지내는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분은 방문할 때마다 제철 과일을 사다놓고 꼭 하나씩 손에 쥐어주셨어요. 저와 수다를 떠는 그 때가 제일 행복하다면서 말예요. 그러다 어르신이 건강이 나빠져서 입원하셨는데 병문안 갔을 때 씻고 싶다고 너무 간곡하게 부탁하셔서 목욕을 시켜드린 적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다짐했죠. ‘어르신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어르신께 좋은 친구가 돼 드리자’ 하고요.”

이별한 어르신과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는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힌다. 그는 평소에는 어르신들이 편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고, 필요할 때는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한다.

“제가 복이 많은 거죠.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모시는 이 일은 의미 있고 보람찬 일이에요. 따뜻한 보훈을 만들어가는 보훈가족의 일원으로서 스스로에게 떳떳하고자 성실히 일하려 합니다. 가능하다면 정년 이후에도 어르신들 곁에 남고 싶어요.”

최경미 섬김이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어르신들에게 알려드릴 행사와 챙겨드릴 물품 목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있다.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지역에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는데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혹여나 잊어버리시는 일이 없도록 미리 미리 알려드리고 있다고.

어르신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최경미 섬김이. 그는 이미 어르신들의 ‘좋은 친구’가 되겠다는 목표를 이룬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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