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단발령망금강산도’, 1711년, 비단에 색. 

화가의 눈을 통해 본 우리나라의 산수(山水)는 어떤 모습일까. 자연과 어우러져 그 속에서 순응하며 사는 것을 미덕이라 여긴 우리의 선조들. 그 철학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실경산수화를 통해 선조들의 생각을 들여다 수 있는 전시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가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 김응환의 ‘해악전도첩’, 김홍도 ‘병진년화첩’ 등 다양한 화가의 산수화 360여 점이 전시되고 있다. 금강산, 관동지역, 남한강 등 실재하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눈으로 직접 보고, 마음에 담고, 손으로 옮겨낸 조선시대 화가들의 그림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시는 4부로 구성되며, 프롤로그에서는 정선의 ‘단발령망금강산도’가 단독으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1부 ‘실재하는 산수를 그리다’에서는 고려시대와 조선 전기와 중기 실경산수화의 전통과 제작배경을 알 수 있다.

전시된 조선의 실경산수화를 통해 다양한 회화적 전통과 유교문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풍수개념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김홍도, ‘해동명산도첩’, 1788년경, 종이에 먹.

2부 ‘화가, 그 곳에서 스케치하다’에서는 여행을 떠난 화가들이 현장에서 자연을 마주하고 그린 초본들이 펼쳐진다.

밑그림인 초본은 화가가 본 경치를 즉각적으로 옮겨낸 것으로 현장감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산세와 바위, 넘실대는 파도 등 먹으로 그어진 선들 안에 깃든 생동감이 전해진다.

이한철, ‘석파정도 병풍’, 1860년, 면에 색. 

3부 ‘실경을 재단하다’에서는 화가가 작업실로 돌아와 초본과 자신의 기억 등을 바탕으로 산과 계곡, 바다, 나무와 바위, 정자 등을 경물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들여다본다.

그림 속 풍경을 바라본 화가의 위치를 상상해보고, 그들의 시점에서 구도와 자연물들의 관계를 짚어볼 수 있다. 눈을 감으면 먼발치에서, 높은 산자락 위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며 한 순간이라도 놓칠세라 눈에 담고자 온 마음을 다 쏟았던 화가의 열정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4부 ‘실경을 뛰어넘다’에는 화가가 있는 그대로의 경치를 넘어서 그것을 재해석해 자유로움과 자신만의 독 창성과 개성을 드러낸 작품들을 모았다.

실경을 벗어나 형태를 의도적으로 변형하거나 과감하게 채색하고 붓 대 신 손가락, 손톱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나아가 원근과 공간의 깊이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했던 흔적도 확인할 수 있다.

옛 화가들이 그렸던 우리 강산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큰 감동을 준다.

자연 속을 여행했던 화가의 설렘, 대자연 앞에서 느꼈을 감동, 창작과정에서의 고뇌와 완성작에 대한 환희까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9월 2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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