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선 보훈섬김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6·25참전유공자 김상기 어르신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다.

아파트 빌딩 사이를 지나 낮은 주택이 길게 늘어서 있는 옛 골목의 모습을 간직한 부산 수영구의 주택가, 골목 어디선가 정겨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골목을 밝게 만드는 노랫소리를 따라 들어가니 한명선(46세) 보훈섬김이와 김상기(87세) 6·25참전유공자 어르신이 함께 있었다.

“우리 아버님이 예전에 가수셨어요. 몇 해 전에는 방송국에서 하는 노래자랑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셨죠.”

한명선 보훈섬김이가 김상기 어르신을 바라보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2년 전, 김상기 어르신은 뇌경색으로 쓰러지기 전 지인들에게 ‘가수’로 불릴 정도로 노래를 잘했다. 지역 축제나 부산지방보훈청에서 주최한 행사 무대에도 올라 노래 실력을 뽐냈었다.

김상기 어르신은 한명선 보훈섬김이를 ‘한 선생’으로 부르며 한 선생이 자신의 깔끔한 성격 때문에 ‘참 많이 욕본다’면서 구수한 사투리로 고마움을 전했다.

“한 선생이 오면 집이 밝아져요. 늘 내가 해달라는 대로 물건을 착착 정리해주고 나한테 다 맞춰줘요. 그뿐이겠어요. 최근에는 건강이 많이 안 좋아서 조금만 걷거나 움직이는 것도 힘들고, 노래도 전처럼 안돼요. 그런데도 한 선생이 음악을 틀어주고 노래를 같이 부르면 젊었을 때로 돌아가는 것처럼 기운이 나요. 이때만큼은 행복한 느낌을 듬뿍 받아요.”

어르신은 자연스럽게 일상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으신다. 한 섬김이는 그 얘기를 경청하는 가운데 병원 다녀오신 얘기, 약은 잘 드셨는지, 어디가 아프셨는지, 필요한 물건은 뭐가 있는지를 쏙쏙 짚어내 어르신께 다시 여쭤본다.

한 섬김이는 챙겨야 할 목록을 수첩에 정리한다.

그는 이웃들과의 소소한 일상과 어르신의 삶의 굴곡들, 까마득한 기억 속에서도 선명한 전쟁 경험들까지도 귀 기울여 듣는다.

“어르신들은 진짜와 가짜를 알아보세요. 상대방이 건성건성 대해서 기분이 상해도 앞에서 말씀하시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쌓이면 서운함이 되고, 어르신과 보훈섬김이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해요.”

그 바탕에는 국가유공자인 친정아버지가 있었다. 10년 전 그는 노인복지에 관심이 생겨 알아보던 중 국가유공자인 친정아버지를 생각하며 보훈섬김이 일을 시작했다. 10여년 동안 시어머니를 모셨던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됐다.

“이 일을 하면서 부모님을 많이 생각하게 돼요. 어르신들 챙겨드리면서 ‘우리 부모님도 챙겨드려야지’ ‘우리 부모님도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생각도 하고, 반대로 부모님을 보면서도 ‘어르신께도 이게 필요할 텐데’ 하면서 일하게 돼요.”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모시며 지내온 세월이 이제 10년, 현재 12명의 어르신을 담당하고 있는 그가 요즘 특별히 더 신경 쓰는 것이 있다. 바로 어르신들께 휴대전화와 전자기기 사용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다.

“대부분 연세가 많으셔서 휴대전화를 어려워하세요. 요즘은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문자를 보내고 읽을 수 있도록 알려드리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어요. 또 다양해진 전자기기 쓰는 방법도 알려드려요. 혼자서 지내는 분들인데 가지고 있는 가전제품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시는 경우 많더라구요.”

그가 어르신들과 일주일에 만나는 시간은 적게는 2시간에서 6시간 정도.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어르신들이 평소 생활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드리고, 불편함을 줄이면서 그분들의 삶을 다듬어 드리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명선 섬김이는 그 길에 함께 서 있는 것이 날마다 행복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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