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찾아도 없다. 들고 다니다가 어느 곳에 둔 것 같지도 않다. 지금껏 무엇을 가지고 다니다가 잃어버리거나 한 적이 없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를 일이다.

남에게는 하찮은 것이 될 수도 있겠으나 나에게는 무척 귀하고 요긴하게 쓰이는 물건 중 하나이기에 더욱 애착이 느껴진다.

지금 찾고 있는 등산스틱은 딸아이가 대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작은 회사에 취업해 첫 월급을 탔다며 사가지고 온 선물이다. 평소 산을 자주 다니면서도 등산스틱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아빠에게 제일 필요할 것 같아서 사왔으니 꼭 사용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스틱은 가방 안에 두 개가 들어있었는데 가볍고 단단했다. 그 중 하나만 꺼내어 높이를 조절해서 지금껏 사용해오고 있었다. 아직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것이 있으니 꺼내 쓰면 되겠지만 딸아이의 선물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깝게 느껴졌다.

전에는 등산스틱을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 이를테면 악(岳)자 붙은 설악산이나 월악산 같은 산은 등산스틱을 가지고 가기는 해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거추장스러워 꺼릴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가까운 우암산에 갈 때에도 꼭 챙겨서 들고 나간다.

등산스틱은 쓰이는 곳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전에는 잘 몰랐다. 무릎관절에 쏠리는 체중을 분산시켜주기도 하고, 이른 아침 길섶에 붙은 이슬을 털고 지나가기에도 좋다. 또 있다. 날아다니는 일용할 양식을 낚기 위해 설치해놓은 거미줄이 얼굴에 달려드는 것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요긴하게 쓰인다.

어디에 두었을까. 늘 서 있던 자리. 신발장 밑이나 우산 꽃이 등 어느 곳에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제 찾는 것을 단념하고 새것을 꺼내 쓸 요량으로 등산스틱 가방을 열었다. 아니 그런데 그 안에 깨끗하게 닦아서 들고 다니기 편하게 줄여놓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그 등산스틱이 얌전하게 들어 있는 것 아닌가.

그제야 지난번 우암산 올라가려고 나섰다가 소낙비가 쏟아지는 바람에 접어서 그대로 가방에 넣은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전에는 기억력 하나는 자신했었다. 그리고 무엇을 잃어버리고 허둥지둥 해본 기억도 없다. 그러나 이젠 아닌 것 같다. 세월의 무게를 그 어느 장사가 이길 수 있으랴. 그저 순응하고 살아갈 수밖에.

박순철 1949년 충북 괴산 출생. 월간 ‘수필문학’으로 등단, 수필과 콩트를 써오고 있다. 형제가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유공자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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