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 국가유공자 등을 위한 무료도시락 만들기에 참여한 경기북부보훈지청 직원봉사단원들.

가을이 깊어가면서 경기 고양 일산 신도시를 지나는 길은 고운 단풍이 내려앉고 있었다. 일산신도시를 지나 10여분을 달려 만난 사람은 경기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급식용 도시락 사업을 펼치고 있는 키즈앤스쿨 이건석 대표. 그는 올해 3월부터 경기북부보훈지청과 협약을 맺고 지역의 독거 국가유공자 등에게 무료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오늘도 아침 일찍 도시락 배달을 마치고 만난 이 대표가 상기된 얼굴로 나타났다.

 

“국가유공자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가 정성껏 만든 도시락을 전달해 드리는 일이었고, 그게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도시락을 전달하면서 반갑게 손을 잡는 국가유공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 일을 시작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키즈앤스쿨 이건석 대표는 3년째 위탁급식용 도시락사업을 하고 있는 젊은 기업의 젊은 대표다. 창업 첫해부터 고양시 친환경 무상급식 업체로 선정된 이 회사는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보이지 않는 ‘좋은 일’을 찾아서 하겠다는 훌륭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난 2월쯤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에게 도시락을 전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마땅히 연락할 곳을 몰라 인터넷을 통해 검색해 국가보훈처 콜센터로 전화를 했고, 그렇게 해서 우리 지역의 경기북부보훈지청으로 연결돼 사업을 할 수 있게 됐지요. 3월 5일 업무협약을 맺고 대상자를 확정한 후, 바로 7일부터 도시락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첫 배달에서 도시락을 받고 환한 표정을 지으시던 국가유공자 어르신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 좋은 일, 잘 해야겠다는 결심을 더욱 단단하게 굳힌 것은 물론이다.

그가 매주 목요일 30명의 국가유공자에게 전달하는 도시락은 벌써 34주차를 넘어서면서 1,000개를 넘어섰다. 도시락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사실은 도시락의 배달망이 회사의 영업 배달망과 완전히 달라 그게 더 힘들단다. 배달이 있는 날은 2대의 배송차량을 따로 배치해 아침 일찍 2~4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도시락 전달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젠 효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얼굴을 직접 뵙기 어려울 땐 사전에 약속된 자리에 빈 도시락을 내놓고, 우리 직원이 새 도시락은 가져다 놓는 등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서로의 부담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가끔씩 도시락 자리에 사탕 몇 개, 혹은 손편지를 써서 감사를 전달해 올 땐 감동이죠. 오히려 저희가 감사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취재를 간 17일 아침엔 배달할 도시락 포장 작업에 경기북부보훈지청(지청장 김장훈) 직원봉사단이 함께 참여했다. 특히 새내기 공무원 2명이 포함된 봉사단은 함께 도시락 만들기에 참여하고 배달길에도 동행했다.

위생을 위해 소독실을 지나 작업장으로 들어서 직접 밥과 반찬을 담고 도시락을 완성하면서, 봉사단원들은 도시락을 받고 기뻐하실 대상자 어르신을 생각했다. 오전 10시 경 고양시 일산동 성저마을에서 만난 참전유공자 김해룡 어르신은 도시락을 받고선 극구 손을 잡아 자리에 앉히고 커피를 내놓았다. 어르신은 활짝 웃으며 ‘별식’ 도시락에 대한 칭찬과 함께, 집까지 찾아온 새내기 공무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내년부터는 사업을 조금 확장하면서 지원 방법과 내용을 조정하는 것도 생각 중입니다.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 드시는 것이니까 저희가 만드는 저염식이나 죽 등 한분 한분 맞춤형으로 도시락을 전환하는 방법도 가능할 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그러려면 회사 경영도 잘 돼야 한다며 의욕을 보인다. 지역 밀착형 사업이기에 대기업이나 타 도시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더 좋은 품질과 서비스로 만족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그는 지난 봄에는 고양시와도 협력해 지역의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 배달 사업을 시작했다. 100여개로 도시락 개수도 늘렸고, 협업을 통해 시청이나 구청의 복지사들이 함께 참여하는 방법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도 선진국처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 분들에 대해 사회 전체 구성원들이 함께 예우하고 존경하는 풍토가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는 이 작은 사업이 우리 사회의 변화에 첫 걸음으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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