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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 만에 훈장으로 돌아온, 처음 불러본 아버지”

기사승인 2020.02.03  15: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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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몰군경유족회 우대수 인천지부장

   
지난달 8일 육군보병 제17사단(사단장 곽종근)에서 우대수 전몰군경유족회 인천지부장이 선친인 고 우병진 병장의 훈장을 전수받고 있다.

우대수(67세) 전몰군경유족회 인천지부장은 지난해 육군 본부가 진행 중인 ‘6·25전쟁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 홍보 포스터를 보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아버지의 성함과 군번 등을 알렸고, 1954년 10월 25일자로 아버지가 은성화랑 무공훈장에 추서된 사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가슴 속에 울컥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1953년,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날아든 비보 한 장에 무너지듯 슬픔에 빠진 가족들 사이로 아직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한 한 아이가 있었다.

아버지가 전사한 사실을 모른 채 아이는 태어났고 할아버지는 통곡을 했다.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이 7번 지나가는 동안 갓난아기는 어느덧 70을 목전에 둔 노년이 되었다.

   
 

전몰군경유족회 우대수 인천지부장은 유복자로 태어나 따뜻한 부모의 그늘 없이, 어린 시절부터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성실히 살았고, 먹고 사는 일이 바빠 아버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여력이 없었지만 늘 아버지를 그리워했었다. 우연한 기회에 아버지의 흔적을, 그것도 훈장으로 찾게 돼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달 8일, 우대수 씨는 인천에 위치한 육군 제17보병사단에 초청돼 사단장으로부터 선친인 고 우병진 병장의 명예로운 은성화랑 무공훈장을 전수받았다.

매년 6월, 호국보훈의 달이면 초청돼 여러 번 방문했던 곳이지만 이날은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졌다. 사단장이 예우를 다해 우대수 씨를 맞이했고,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뚜렷하게 적힌 훈장을 받아든 우대수 씨의 가슴은 벅차올랐다. 그는 아버지를 그리워했던 지난날들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기쁜 마음이야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더할 나위 없이 기쁘면서도 가슴 한쪽이 저릿하도록 아프죠. 유복자로 태어나 힘들게 살아온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소리 내 불러본 적 없던 그 이름이 적힌 훈장을 며칠 동안 부둥켜 안고 잠을 잤어요.”

우대수 씨는 인터뷰를 하면서 스무살 무렵 고모님께 받은 세상에 딱 한 장 남은 아버지의 사진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꺼냈다. 사진 속 아버지는 스무살 남짓의 앳된 청년의 모습이었다. 지금 우대수 씨의 자녀들보다도 한참 어린 나이다. 살아계셨다면 올해 딱 90살이 되셨을 것이라 말하며 훈장을 쓰다듬는 그의 모습에서 애잔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사진 말고는 아버지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이 없었는데 명예롭고 또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게 돼 감격스럽습니다. 또 아내와 세 자녀들에게도 아버지의 공적을 알려줄 수 있어 뭉클합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살면서 ‘아버지’라고 불려보기만 했지 ‘아버지’라고 불러본 적이 없더라고요. 이젠 대전현충원에 계시는 아버지 묘소의 비석에 훈장과 함께 손녀, 손자들 이름까지 새겨 놓으려고 합니다.”

처음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는 짐짓 조심스러워 했다. 수많은 국가유공자, 6·25참전유공자 유족들 중에서는 아직 생사도 확인하지 못한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혹여나 그분들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고사하다 아직 제 주인을 찾지 못한 훈장이 제자리를 찾는데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응하게 됐다. 전몰군경유족회 인천지부장이자 전몰군경유족회 회원인 그의 깊은 마음이 느껴진다.

“아버지의 훈장을 바라보며 많은 생각에 잠깁니다. 더 많은 보훈가족들이 이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정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훈장 찾기에 나서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육군 본부에서 진행하는 ‘6·25전쟁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를 통해 저처럼 보훈가족으로서의 명예를 되찾는 분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6·25무공훈장찾아주기조사단, 문의전화 1661-7625)

다시는 6·25전쟁과 같은 비극이 이 땅에 벌어지지 않기를, 모든 보훈가족들에 대한 예우가 좋아져 안락하게 살 수 있게 되기를, 또한 모든 국민들이 애국심으로 하나가 되기를 염원한다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전몰군경유족회 지부장이자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6·25전쟁 무공훈장 주인공 찾기에 앞장서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나라사랑신문 news@narasaran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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