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캡을 쓴 국가유공자들과 여상헌 씨. 땡큐캡에는 “Our hero, veterans of Korea(우리의 영웅, 참전용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지난해 6월 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 흥미로운 펀딩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우리들의 영웅인 국가유공자에게 감사함을 전하자는 취지로, 모자 1개를 구입하면 국가유공자에게 모자 1개를 기부하는 방식의 ‘땡큐캡’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 국가유공자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도록, 눈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두 청년 여상헌(27), 박진우(27) 씨가 주인공이다.

모자에 직접 라벨을 붙이고 있는 여상헌 씨

20대의 젊은 두 청년은 어떻게 국가유공자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시작은 2018년 여상헌 씨의 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학군사관생(ROTC)으로 장교 복무 중에 군 생활에 대해 ‘남들 다 하는 의무’ 정도로 여기는 젊은이들의 인식에 변화를 주고자 여러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국가유공자와 그들의 공헌에 관심을 갖게 됐다.

“국가유공자분들이야 말로 우리사회의 진정한 영웅 아닌가요. 하지만 우리사회는 아직 국가유공자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국가공동체와 나라사랑에 대한 제 또래 친구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먼저 대학동기와 주변인 등 20∼ 3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 국가유공자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 93.8%가 국가유공자에 감사함을 갖고 있다고 답했지만, 그 마음을 표현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8%에 불과했다. 그는 감사함을 표현할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두 청년이 디자인한 모자는 지난해 

국가보훈처 보훈콘텐츠 공모전 디자인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사진은 박진우 씨

다음으로 국가유공자분들의 생각도 궁금했다. 제대 직후 지역의 보훈회관에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하며 보훈가족들의 얘기를 귀담아 듣고 의견을 여쭈었다.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불쑥 찾아갔는데 보훈회관에 계신 어르신들이 반겨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어린 친구들이 기특한 일을 한다며 손을 꼭 잡고 고맙다고 하시면서 프로젝트에 대한 아이디어도 많이 주셨어요. 감사를 드려야 하는 것은 우리 젊은 세대인데, 작게라도 보답해드리고 싶다는 말에 훨씬 더 큰 격려와 응원을 받아 뭉클했습니다.”

그는 국가유공자분들이 모자를 즐겨 쓰는 것에 착안, 젊은 사람들도 좋아할만한 디자인에 감사를 전할 수 있는 문구를 새겨 세대 간 소통의 계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군 복무 중 착실히 모은 월급을 털어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절친한 친구인 박진우 씨가 기꺼이 돕겠다고 나섰다.

두 청년은 발로 뛰면서 모자 공장을 직접 알아보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갔다.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는 문구를 영어로 새긴 모자 1개를 구입하면, ‘우리의 영웅, 참전용사’ 모자 1개를 국가유공자에게 기부하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만들고 1차 펀딩 프로젝트를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며 참여해 1차 펀딩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모자 600여 개를 국가유공자에게 전달했다. 최근 끝난 2차 펀딩에서도 모자 1,200여 개를 적립, 국가유공자분들에게 전달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일정 기간 동안만 운영되는 기존 크라우드 펀딩 형식을 넘어서 언제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지난달 15일부터는 포털 사이트에 스토어를 오픈해 상시 모자를 구매·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두 청년은 직장을 다니고 학업을 병행하며 바쁜 시간을 쪼개서라도 이 뜻깊은 일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국가유공자분들, 그리고 이 순간에도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는 말을 당연하게,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데 일조하고 싶다”는 두 청년의 모습이 아름답다.

※ 취재는 상호 안전을 위해 여상헌 씨의 경우 전화 인터뷰로, 박진우 씨의 경우 마스크 착용상태로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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