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장(맨 오른쪽)이 한국전 기념공원을 청소하다 만나게 된 참전용사들. 지금도 연락하며 끈끈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시에 위치한 한국전 기념공원 찬란한 초록빛으로 가득한 가운데 검은색 대리석으로 된 반원 모양의 기념비가 서있다. 기념비의 오른쪽에는 대한민국의 지도가 왼쪽에는 국제연합기가 새겨져 있다.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며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는 한국전 기념공원은 구석구석 깔끔했다. 지난 3년간 정기적으로 이곳을 청소해온 3명의 미국 고등학생 덕분이었다.

 

유리 장(Yuri Jang, 16세), 알렉스 말프레조(Alex M Malfregeot, 18세), 다니엘 신(Daniel M. Shin, 17세) 3명의 학생이 기념공원을 깨끗하게 지켜온 주인공이다. 이들은 최근 국가보훈처장명의 표창장을 받게 됐다.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보훈처가 포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3명의 리더이자 미국 참전용사와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유리 장과 이메일과 SNS를 통해 만났다. 그는 셋 중에서 가장 먼저 한국전 기념공원 환경정화 활동을 시작한 학생이다.

“부모님 두 분이 다 한국인이기에, 평소에 조국인 한국에 대해 존경심을 갖고 역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장애인분들을 위한 자원봉사를 하다가, 저의 뿌리와 관련한 자원봉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한국전 기념공원을 청소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함께 할 친구들을 모았고, 이 활동이 제게 큰 의미가 있음을 더욱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특히 저 스스로 동생들에게 멋진 롤모델이 됐다는 점에서 뿌듯합니다.”

그는 기념공원 청소를 하던 중 미국 참전용사들과 만났고, 그 중에 한 사람인 미국 참전용사 찰스 마우드(Charles Marwood)가 70년 전 6·25전쟁 당시 주고 받았던 편지 400통을 책으로 출간하는 일에도 참여했다.

“마우드 어르신께서 70년 전 6·25전쟁 때 미 해군에 근무하며 받은 400통의 편지를 갖고 있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 편지를 책으로 만드신다는 얘기를 듣고 도움을 드리고 싶어 편지를 필사하고 책 표지 디자인을 직접 해드렸지요. 제겐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어요.”

최근 그는 경기도 부천의 소명여자고등학교와 연계해 ‘손편지 쓰기 클럽’을 창단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미국 참전용사들을 위로하는 편지를 작성하고 있다. 손편지는 8월 중 미국 참전용사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미국 참전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할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소명여자고등학교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소명여고 학생들에게 ‘손편지 쓰기 클럽’을 제안했는데 너무도 즐겁게 동참해주었고, 그 소식을 참전용사들에게 전했습니다. 그분들은 자신들의 존재가 잊혀진 것은 아닌지 우울해하던 차에 한국에서 편지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크게 감동을 받으셨어요. 지금은 편지가 도착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계세요. ‘손편지 쓰기 클럽’이 앞으로도 학생들과 참전용사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그는 최근의 작업을 통해 한국 문화를 하나 둘씩 알아가는 것에 즐거움과 큰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가 한국과 미국 사이에 놓은 작은 연결고리가 튼튼한 평화의 다리가 되도록, 끈끈한 우정으로 채워지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참전용사를 위한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몇 해 전 미국의 ‘참전용사의 날’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날이 기억납니다. 걸음이 어려운 분들을 도와 그날을 더 의미 있고 밝은 날로 만들어드리고 싶었어요. 조국을 지켜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했고,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미소가 지어져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 계신 참전용사들께 “용사들 덕분에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서 “가족, 친구들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의 희생과 용기를 기억하고 감사하고 있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 했다.

그는 앞으로도 조국인 한국에 대해 더 배우고, 참전용사와 함께 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겠다는 단단한 약속을 하며 대사관을 통해 받을 표창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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