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모두 뒤엉킨 상황이다. 전염병 바이러스에서부터 각계로부터 분출되는 욕망, 그리고 각 이해집단들의 주장들. 그런 면에서 한국근현대미술 120년을 결산하는 ‘시대를 보는 눈: 한국근현대미술전’은 우리에게 무슨 답을 들려줄까.

코로나19로 막혀버린 박물관과 미술관.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은 멀찌감치 2022년 7월까지 계속하겠다는 계획아래 상설전을 열었다. 앞으로 2년간 어느 때나 과천을 방문하면 이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근현대미술 120년의 주요 흐름을 미술관 소장품 중심으로 주요 작품 300여 점과 미술연구센터 자료 200여 점이 전시된다. 미술관에서 지난해 펴낸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00’과 연계해 우리 미술을 보다 쉽고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세기 전반 한국미술

1900년대부터 1950년대에 이르는 20세기 전반, 한국의 역사는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격동의 시기였다. 일제의 강력한 무단통치 기간 동안 대부분의 문화 활동이 중단되었던 한편, 3·1운동 이후에는 조선총독부에 의해 주도된 미술전람회가 처음 개최되는 등 이른바 ‘문화통치’의 시대가 열렸다. 그나마 일제강점기 중 한국의 예술가들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술 교육을 받고 활동을 펼치던 시기는 바로 1920년대부터 1930년대의 짧은 기간이었다.

김형대, ‘환원 B’, 1961, 162х112cm, 캔버스에 유채.

현대미술의 서막(1960년대)

한국전쟁 이후 정치적, 사회적 혼란기였던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미술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국가 주도 전람회(대한민국미술전람회, 약칭 국전)에 반하는 여러 미술 그룹들이 발족했고 재야전의 성격을 띤 초대전이 지속되면서 현대미술 움직임이 확대됐다. 이 시기 작가들은 작품을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심화시키는 작업을 하였다. 시대적 긴장과 갈등의 산물로 실존적 성찰의 의미가 있는, 세계 2차 대전 후의 유럽 미술인 앵포르멜 경향의 작품들을 제작했다.

신학철, ‘묵시 802’, 1980, 60.6х80.3cm, 캔버스에 콜라주. 

한국 극사실회화(1970년대후반·1980년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이르는 시기, 한국현대미술의 주요한 장면 중 하나는 형상과 표현을 중시하고 사회현실을 바탕으로 하는 리얼리즘 미술과 형상회화의 부상이다. 이 중 새로운 형상회화는 1970년대 후반, 극도의 수공적 노력을 통한 대상의 치밀한 묘사를 특징으로 하는 극사실회화에서 우선적으로 나타났다. 한국 극사실회화는 국전 중심의 아카데미즘 재현회화에 대한 회의와 거부, 당시 국내 화단에 자리잡았던 단색조 회화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였으며 형상의 복원과 이야기, 서술성의 회복을 꾀하고 있었다.

민중미술(1980년대)

민중미술은 한국 최초의 대대적인 자생적 미술운동으로 종래의 한국미술과는 달리 현실에 주목하고 내용과 서사 중심의 미술을 전개했다. 민중미술이 80년대 한국미술을 대표하게 된 데는 한국의 시대적 상황이 크게 작용했는데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상징되는 폭압적인 신군부에 대한 저항과 전통적 우방으로 여기던 미국에 대한 다시 보기 등이 당시의 한국 사회 전체로 확산되며 민주주의와 민족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고 미술도 더이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민중미술을 태동시켰다.

임상빈, ‘덕수궁-서울’, 2009/2010, 137х63.5cmх(2), 137х86.5cm, 디지털 크로모제닉 컬러 프린트.

일상과 대중문화(2000년대 이후)

2000년대는 대중·소비사회가 정착된 시기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음반 시장의 성장, 케이블 TV의 등장, 영화 산업의 발전, 패션의 유행 등이 나타나면서 대중문화가 한국 사회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미술가의 작업도 변모한다. 우리는 날마다 TV, 신문, 영화, 잡지 등 대중매체를 접하고 있다.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미지는 이미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으며, 미술가들은 넘쳐나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서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다원예술과 표현의 확장(200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한국 미술계에서는 ‘다원예술’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다원예술은 미술, 무용, 연극, 음악, 영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말한다. 다분히 장르의 융합과 교차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단순히 장르의 결합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각각의 장르가 장르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면서, 그 장르만으로는 이야기할 수 없는 무언가가 생겼고, 그런 것들을 서로 공유한 결과 자연스럽게 독특한 형태의 예술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2022년 7월까지 상설 전시. 8월 말 현재 코로나19로 잠정 휴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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