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아 작가의 작품들.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인간다운 삶을 정의하기 위해 무엇을 더해야 할까.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전까지 너무도 자연스럽게 누리던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자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 우리는 인간다운 삶에 필수요소인 안전과 자유가 서로 상충하는 현장을 살고 있다. 타인과 나와의 경계도 더욱 뚜렷해졌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인간다운 삶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인간다운 삶의 회복을 위해 자신과 타인의 존재에 대해 사유하는 전시 ‘인류사회2020: WE SOCIETY'가 경기도 화성 소다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사회의 균열을 목격하고, 사라져가는 인간애를 지켜본 유월, 윤성필, 전윤정, 정호, 조민아 등 5명의 작가 참여해 작품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동시대 속 인간 군상과 개인의 모습에 주목해 무너진 현재의 인류사회를 반성적으로 성찰한다. 더불어 인간존엄성의 상실로 인해 더욱 어지럽게 된 우리 사회에 대한 냉철한 시선과 공존을 위해 지켜야할 인류애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유월 작가의 작품들.

유월 작가는 동시대 속 인간 군상의 모습, 사람과 사람 사이 보이지 않는 관계를 옹기 위해 즉흥적인 드로잉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깨닫게 되는 삶의 태도인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주제로 현 사회의 다층적인 풍경을 여러 기호와 상징들로 담는다. 옹기 위에 그려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은 우연적이고 무의미한 선에서 시작됐지만 이들은 서로 만나고 이어져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윤성필 작가의 ‘불합리한 인식’.

윤성필 작가는 인간 존재에 대해 깊게 탐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를 조각, 회화, 사진 등 다양한 매체로 보여주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이번에는 타자, 그리고 보이지 않는 외부환경에 의해 변화하고 규정되는 존재의 본질을 보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윤성필 작가의 시리즈 작인 ‘불합리한 인식’은 어떤 연관성도 없는 두 명의 인물을 한 화면 안에 중첩시켜 타자와 나의 보이지 않는 관계성과 공존의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나와 타인은 둘이 아닌 하나’라는 의미를 담은 자타불이(自他不二)의 개념을 시각화한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들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전윤정 작가는 복잡한 시대 속 불완전한 인간관계에서 겪는 불편한 감정들을 드로잉 작업으로 선보이고 있다. 검정색의 라인테이프를 반복적으로 쌓아올리는 작업을 통해 무의식에 숨겨진 인간의 이중적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다.

전윤정 작가의 ‘아포페니아’ 시리즈는 개별성이 사라진 사람들의 얼굴 혹은 불안한 현대인들의 심리상태를 떠올리게 하며,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마주하는 감정의 분열과 욕망을 추상적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이상과 현실, 집단 속에서 갈등하고 분열하는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하는 것으로 소외되고 무너진 인간적 가치에 대해 성찰하게 한다.

조민아 작가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현대인들의 행동양식을 평면 위에 관조적인 시선으로 담아냈다. 집단 간의 갈등과 해체를 빈번하게 목격해온 작가는 부조리한 사회에 순응하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무표정한 인물들로 등장시키고, 여러 상징들로 사회의 분열을 표현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조민아 작가는 동시대 속 인간 존업성의 상실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는데, 최근 균열된 사회를 봉합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연대와 이타적 행위의 움직임들을 포착해 이 작은 희망을 작품 안에서 상징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 작품들을 통해 그는 불안정한 시대에서 인류가 처한 현실을 직면하고, 공존을 위해 모두가 견지해야할 이타적 삶의 태도를 그리고 있다.

정호 작가의 ‘무제’.

이번 전시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정호 작가는 작품 ‘무제’에서 극사실적인 손의 풍경을 통해 내면의 심리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탐구한다. 오랜 시간 사회체제의 균열과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작가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성찰과 사회를 향한 일관된 의식이 녹아있다. 작가의 손 풍경은 이러한 자기 검열과 사유의 과정 속에서 나타난 것으로 단순히 손의 재현을 넘어 작가가 지나온 모든 삶의 여정을 담고 있다. 마주잡은 거대한 손은 작가의 심리적 감정을 투영하는 동시에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인류사회2020: WE SOCIETY’는 12월 27일까지 계속된다.

관람요금은 성인 9,000원이며, 전시 관람은 사전 예약제로 진행되고 있다. 문의 070-8915-9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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