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고 조종희 애국지사의 유해안장식에 참석한 아들 조은석씨가 아버지의 무덤에 허토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국립대전현충원 제6묘역에서 의장대의 경건한 조총 소리가 현충원을 울렸다. 이날 이곳에서는 고 조종희 애국지사의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 지사와 배우자인 김필규 여사의 유해 안장식이 열렸다. 이곳에서 고국을 다시 찾은 두 분의 영정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은 조 지사의 둘째 아들인 조은석씨(60)를 만났다.

조종희 지사는 1943년 평안남도 순천에서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잇는 무장투쟁 단체인 칠인순국회를 조직해 항일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이로 인해 그는 일경에 체포돼 평양형무소에서 3년형을 선고받고 모진 고문을 당했다. 옥고를 치르며 사경을 헤매다 기적적으로 광복을 맞이하며 살아날 수 있었던 그는 자신을 살린 하늘의 뜻을 받들어 월남한 이후 평생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꽤 오랫동안 가족들은 아버지께서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아마도 스스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여겼기 때문에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신 것이 아니었을까 짐작해봅니다.”

1970년 충남 아산에서 목회를 하던 중 조 지사는 근처에서 발생한 참사 현장을 돕다가 현장 지휘를 나온 경찰 고위 간부를 만나면서 독립운동 참여 사실이 알려졌다. 조 지사가 평양형무소에 있을 때 간수였던 사람을 만난 것이다. 광복 직후 친일 혐의로 수감된 것을 알고 조 지사가 다른 범죄자들에 비해 죄가 크지 않다며 그의 석방 요청서에 서명해주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 일로 경찰 간부가 적극 나서 조 지사의 법원 재판기록을 찾아 독립유공자 등록을 추천하면서 가족들 모두 아버지의 독립운동 이력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됐다.

 

“그 재판기록 덕분에 아버지는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게 됐습니다. 1988년 아버지는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면서도 마음 속에는 늘 조국을 생각했습니다. 30여년을 넘게 미국에 터를 두고 살며 미국 시민권자가 될 수 있었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남기를 선택하셨습니다.”

이런 조 지사의 뜨거운 나라사랑 정신은 가족들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슬하의 4형제 모두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조은석 씨는 아버지를 따라 목회자의 길을 걸으며, 생전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아버지를 따라 통일과 기독교 선교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아버지는 친지들이 북한에 계시다는 개인적인 이유를 떠나 우리 민족의 공동체를 위해 통일을 기원하셨죠. 저도 그런 아버지를 따라 통일선교에 대해 논문을 쓰고 심포지엄을 열기도 했습니다. 그간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여러 논문을 모아 올해 책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조종희 지사를 비롯해 가족들은 잊지 않고 때마다 한 번씩 조국을 찾으며 계속 발전하는 모습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 2018년 조 지사가 병상에 있을 때 보훈처 관계자가 직접 찾아 아버지를 위문한 것을 생생히 떠올렸다. 조 지사는 자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준 조국에 무궁한 감사를 전했다.

“저희 역시 독립유공자이신 아버지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국을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이번 유해 봉영부터 안장까지 최고의 예우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맞아준 조국에 대해 크게 감명 받았습니다. 독립유공자인 아버지를 최고의 예우로 맞이해준 것에 한 번, 이제는 몰라보게 발전한 나라의 모습에 또 한 번 감동했지요.”

조종희 지사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유해를 안장할 때 유해와 함께 아버지의 고향인 이북과 제2의 삶의 터전이었던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했던 때를 기리기 위해 준비해온 흙을 함께 뿌리며 아버지를 기억했다.

정성스레 허토하는 이들의 손길에서 평생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뜨겁게 나라사랑을 실천한 아버지와 어머니가 조국의 품에서 평안하기를, 대한민국의 미래에 영광이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전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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