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회 참석자 모습(왼쪽부터 개그맨 황영진, 사회자 윤지원 교수, 캠벨 에이시아). 사진제공 국방일보

기억, 성찰, 그리고 평화. 6·25전쟁 70주년을 지나며 대한민국은 전쟁을 잊지 않고 기억하면서 오늘을 성찰하는 소중한 계기로 삼았다. 그리고 새로운 한반도 평화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깊이 있는 토론과 함께 국민과 함께하는 여러 기념사업을 펼쳤다. <나라사랑>은 국방홍보원 <국방TV>와 함께 좌담회를 열어 올 한 해 동안 진행된 70주년 기념사업의 의미와 남은 일, 그리고 새로운 미래보훈을 위한 과제를 함께 짚어본다.

<참석자>

◇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 정호섭 6·25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위원

◇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

◇ 캠벨 에이시아 70주년 국민서포터즈 공동단장

◇ 황영진 개그맨 

◇ 사회 : 윤지원 상명대 교수

사회 윤지원 교수 : 1년간 기념사업의 주체로 많은 사업을 통해 바쁘게 진행해 오신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주시면서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정호섭 6·25 70주년 기념사업위원회 민간위원 :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함께 지켜낸 70년, 함께 만들어갈 한반도 평화’를 비전으로, ‘국내외 참전용사와 국민이 함께 하는 사업’ 추진을 목표로 지난 1월 공식 출범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와 국민, 22개 유엔참전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함께 참전용사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공헌에 보답하며, 한반도 평화정착과 번영을 이뤄가고자 지난 1년간 부단히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매우 어려운 가운데, 국민 여러분께서 6·25전쟁 70주년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성원해 주셔서 목표로 했던 주요성과는 대부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그러면 6·25전쟁 70주년 추진사업, 국민과 함께 하는 기념행사 중 가장 뜻깊었던 사업은 무엇일까요.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 저는 ‘6·25전쟁 70주년 정부기념식’을 잊지 못합니다. 70년 만에 조국의 품으로 귀환하는 국군 전사자의 유해 147구를 문재인 대통령께서 최고의 예우를 다해 맞이한 이 행사는 국가를 위한 헌신에 대해 끝까지 책임 지는 국가임을 우리 국민들께 각인시킨 인상 깊은 행사였다고 생각합니다.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식’과 ‘턴투워드부산’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도 뜨거운 인류애로 우리나라를 함께 지켰던 22개 참전국과 유엔참전용사들에 대한 추모와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었던 행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 : 저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양하고 꼼꼼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이었고 생각합니다. 이번 행사의 기본 방향이 ‘국민과 함께’였는데 세계와 함께하는 행사가 되어 굉장히 놀랐습니다. 추모와 기억, 연대와 평화, ‘국민과 함께’를 위해 세대와 계층을 넘어, 아주 다양하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행사가 많이 진행됐습니다.

특히 유엔참전국 용사와 함께한 마스크 전달 행사 등이 아주 좋았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국민과 함께하는 보훈, 세계와 함께하는 보훈, 미래와 함께하는 보훈을 깊이 이해하게 됐습니다. 많은 국가원수, 참전용사들이 한국이 자신들을 잊지 않고 적극적으로 찾는, ‘감사할 줄 아는 대한민국’에 감동하고 있었습니다. 행사에 참석한 유엔참전용사가 “또 그런 상황이 올 경우 나는 기꺼이 다시 응할 것이며 한국인들과 함께 자유와 평화를 지키는 전선에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 것을 듣고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랑스러웠습니다.

에이시아 : 저는 제가 사는 부산에서 개최된 ‘턴투워드부산’을 꼽고 싶어요. 올해는 참전용사님들께서 못 오셔서 너무 안타깝지만 기념식과 함께 전날 평화음악회 영상 링크랑 사진을 참전용사님들께 보내드렸어요. 그러면서 참전용사님과 영상 통화를 했는데요, 내년에는 꼭 같이 턴투워드부산에 손잡고 가자고 약속했어요.

사회 : 국민과 함께 하는 행사 이외에도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참전용사’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개최된 걸로 압니다.

박삼득 : 국가보훈처는 우선 국내 8만 4,000여 명의 참전용사들께 ‘은’으로 만든 감사메달을 전해 드렸습니다. 참전용사 한 분 한 분이 대한민국의 역사이자 영웅이라는 감사의 뜻을 표할 방법을 고민했고, 그 결과 은화 메달을 드려서 그분들이 보관하고 계시는 것이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추진한 것입니다. 이것을 받으신 참전용사들께서 커다란 자긍심을 가지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지난 6월과 7월에는 코로나로 제한이 있었지만 다양한 위로연을 열었고, 해외 참전용사들께는 마스크 100만장을 지원해드렸는데, 의외로 많은 응원을 받았습니다. 또한 유엔참전용사들께 감사를 전하기 위해 미국 타임스퀘어 등 전 세계 주요도시에 감사영상을 송출했던 것도 반응이 무척 뜨거웠습니다.

사회 : 올해가 참전용사 생전에 감사를 전할 수 있는 마지막 10주기이기 때문에 행사가 특히 더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이분들에 대한 보답은 결국 국가와 국민이 해야 할 의무 아니겠습니까.

 

박명림 : 저는 국가를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하신 분들에 대한 예우와 감사는 국가의 존립 근거라고 봅니다. 생존하신 분들의 연령이 평균 88세이신데, 개인적으로 안보는 안전, 평화는 생명, 보훈은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한 나라의 미래는 결국 국가를 위한 선조들의 희생을 얼마나 잘 기억하고 보답하느냐에 있습니다. 저 역시 서울공항으로 국군 전사자 유해 147구가 들어왔을 때 참전용사들이 뜨거운 눈물을 흘리시는 것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국가는 끝까지 잊지 않고 예우한다’ ‘결코 나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구나’하고 느끼셨을 것입니다.

올해 행사를 보면서 기억하고 감사하는 보훈을 넘어서 복지하고 돌봐드리는 보훈, 세세하게 돌봐드리는 보훈을 보면서 참전용사들이 노년에 들어 나라로부터 이런 돌봄을 받으셔서 좀 더 평안하실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특히 올해 보훈 행사들은 오늘의 국민, 미래 청년세대들에게 이를 일깨워줬기 때문에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22개국 참전국 외교사절단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부산에 모였습니다. 6·25전쟁 유엔참전국 대표회의, 어떤 자리였고 공동선언문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요.

박삼득 : 70년 전 참전한 나라들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 한 번도 만나 본적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목숨 바쳐 싸웠습니다. 그 도움으로 우리나라는 지켜졌고, 우리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6·25전쟁을 매개로 한 참전국과의 관계를 시·공간적으로 더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유엔참전국 대표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원래 계획은 참전국 보훈부장관들이 모이려고 했는데, 코로나 상황으로 대폭 축소되었습니다만 그 의미는 축소되지 않았다고 생각됩니다. 그 자리에서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는데, 주요내용은 참전용사들의 희생정신을 잘 계승하고, 참전용사 후손들 간에 교류를 하고, 미래 세계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업무에 공조하고, 보훈업무에 대한 정보를 적극 교류하자는 등의 내용입니다. 저는 이 회의를 주기적으로 계속 만들어 발전시킬 계획입니다.

정호섭 : 22개 유엔참전국은 우리와 함께 싸우며 희생하고 헌신한, 일종의 피로 맺어진 혈맹과 같은 국가들입니다. 이들 유엔참전국 대표회의나 보훈부 장관회의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한반도에서의 평화정착을 위해 소중한 외교자산이자 전쟁 억제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턴투워드부산 같은 정부 공식행사와 병행해 정기적인 회의체로 발전시켜 한반도 안정과 평화뿐만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더 나아가 세계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6·25전쟁 70주년, 무엇보다 중요한건 ‘지속적인 기억과 기념’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분야에서는 어떤 사업을 추진했는지요.

박삼득 : 올해 ‘끝까지 기억하는 국민, 끝까지 책임지는 나라’를 내용으로 하는 사업들을 추진했습니다. 6·25전쟁에서 전사하고 아직도 유해를 찾지 못한 분들이 금년 5월 말 기준으로 12만 2,609명입니다. 이 분들을 우리 국민들이 기억하고, 마지막 한 분이 돌아오실 때까지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122609 태극기 배지 달기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이 캠페인의 특이점은 보훈처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학교와 기업 등 민간이 먼저 시작한 것인데, 반응도 매우 뜨거웠습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께서 마지막인 12만 2,609번째 배지를 달면서 ‘호국영웅 분들을 국가가 잊지 않고 끝까지 찾아내겠다’는 실천적 다짐을 하시기도 했습니다.

또한 호국영웅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부르는 ‘호국영웅 롤콜 캠페인’을 진행했고, ‘미등록 참전용사 찾기 캠페인’은 연중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아직 등록을 하지 않은 분들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명림 :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오늘의 과제를 확인하고 미래의 비전 만들어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성공한 것은 오늘 우리의 자유·평화·번영·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 희생이 바탕에 있었는지, 오늘의 세대에게 그 의미를 일깨워줬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젊은 애국심과 나라사랑정신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됐습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변화되었다는 것, 감사를 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나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 분들께 감사를 전할 수 있게 된 것은 확인함으로써 세계보훈, 미래보훈, 국제보훈의 영역이 활짝 열렸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 코로나19 상황에 대비해 비대면 프로그램 마련이 시급할 것 같은데요. 70주년 기념사업, 앞으로는 어떻게 추진할 계획인지요.

박삼득 : 내년 6월까지 계속될 사업에서는 비대면 사업 등의 프로그램을 많이 발굴해나가고 있습니다. 금년에도 세계 안보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국제학술회의’를 화상회의로 진행했고, 참전국 사회·역사 선생님들이 참여하는 ‘월드 콩그레스’ 회의가 있었는데, 모두 온라인으로 잘 마무리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비대면 사업과 대체 사업들을 발굴해서 코로나에 굴하지 않고 참전용사님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고, 또 미래 평화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사회 : 70주년을 돌아보면서 무엇보다 ‘혈맹’으로 이어져온 한미동맹의 탄생도 빼 놓을 수 없는데요. 최근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워싱턴과 서울에서 의미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고요.

박명림 : 우선 그렇게 의미 있는 회의에 제가 참석할 수 있어 영광이었고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이곳에서 보훈과 안보, 과거와의 혈맹과 현재의 동맹이 같이 만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양측의 보훈부장관과 관련 관계자, 국방부 관계자들까지 참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과거의 혈맹을 넘어서 미래의 한미동맹, 세계평화까지 큰 비전으로 담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사실 한미동맹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성공적이고, 안정적이고 튼튼한 동맹으로 평가받아왔습니다. 그 이유는 한미가 같은 전쟁으로 같은 시기, 같은 땅에서 한국과 세계의 평화를 함께 수호했다는 혈맹의 의미도 있지만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인권, 민주주의를 향한 가치동맹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세계의 보편가치를 지켜온 것이죠. 그동안 저희는 6·25전쟁에 대해서 전쟁 발발을 대한민국 중심으로 기억하고, 기념해왔는데 얼마전부터는 유엔참전의 날을 만들어 유엔의 가장 성공적인 수호를 기념한데 이어 올해는 참전국 대표회의까지 개최했습니다.

우리 보훈 관련 행사들은 이제 유엔, 세계와 함께하는 국제보훈행사가 되면서 한미동맹과 세계평화, 국제보훈으로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사회 : 6·25전쟁 70주년 기념사업의 효율적 추진, 성공적인 마무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계획과 바람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호섭 : 지금까지 6·25전쟁 기념사업은 주로 국내외 참전용사들을 위한 보은 및 선양행사가 주를 이루어왔다고 보입니다. 그런데 생존한 국내외 참전용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제 청소년과 미래세대를 중심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했던 순국선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숭고한 뜻을 계승하는 일에 더 많은 노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6·25전쟁 이후 발생했던 북한의 무모한 도발에 맞서 국가를 지키다 희생된 장병들의 숭고한 희생과 고귀한 헌신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박명림 : 최근 바이든 미 대통령 후보가 당선 후 가장 첫 번째 행보로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국전 참전비를 찾아 헌화하고 참배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중계 됐습니다. 한미동맹과 양국 관계에 있어 매우 의미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한국이 전후에 급속도로 발전하고 도약할 수 있었던 토대는 70년 전 유엔이 함께한 숭고한 희생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훈은 이제 과거를 기억하는 것, 현재를 확인하는 것, 미래를 기약하는 보훈이 되어야 하고, 그것으로 국가의 미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미래 보훈, 후손들을 챙기는 계속 보훈, 한 분 한 분 기억하는 통합보훈,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세계보훈, 국제보훈, 선진보훈의 모범적 나라를 만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박삼득 : 6·25전쟁은 70년 전에 발발해서 67년 전에 정전상태로, 말 그대로 정지됐습니다. 저는 보훈처장으로서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네 가지 면에서 행사를 계속 이어갈 생각입니다. 첫째 참전용사들에 대한 감사와 그 분들의 삶을 더 보듬어야 하고, 둘째 그 분들의 공적을 다음 세대가 잘 계승할 수 있어야 하며, 셋째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122609’ 그분들의 유해를 찾아서 가족분들의 품에 돌려드려야 할 것이며, 넷째 미래 평화를 위한 국제공조 체제를 더욱 강화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네 가지를 위해서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사회 :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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