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자 어르신의 머리를 다듬어드리는 정삼례보훈섬김이.

전남 순천의 작은 마을의 한 주택, 겨울을 잊은 듯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가운데 고요한 정적을 깨는 가위소리가 들려왔다. 마당에는 작은 미용실이 열린 듯 6·25참전유공자 차공석(87) 어르신의 배우자 박순자(84) 어르신의 머리를 다듬는 정삼례(59) 보훈섬김이의 손길이 바쁘게 움직였다.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미용실을 가지 못해 자라난 박순자 어르신의 머리카락은 정삼례 보훈섬김이의 손길이 닿자 금세 단정하게 정리됐다.

정삼례 보훈섬김이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보훈가족들이 바깥 활동을 못하게 되자 가위와 미용 도구를 준비해 머리를 다듬어 드리고 염색을 해드려왔다.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나 병상에 누워 계신 분들의 머리를 다듬어 드리는 일도 틈틈이 해왔다. 이제는 제법 전문가다운 느낌이 물씬 풍겼다.

그는 2006년부터 올해까지 15년째 보훈가족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활약하고 있다. 보훈가족을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며 혹여나 생활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살피는 모습에는 그간 얼마나 투철한 사명감으로 일을 해왔는지 진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11월 든든한 보훈인에 선정된 것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든든한 보훈인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고, 보훈섬김이로 살아온 지난 세월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스스로 대견하다며 칭찬을 했습니다.”

 지난해 11월 6일 국가보훈처에서 열린 든든한 보훈인 시상식에 참석한 정삼례 섬김이와 아들 김용 씨.

하루에 세 곳씩, 주 15회 어르신들을 방문하며 소중한 인연을 쌓아온 15년의 세월은 그의 인생의 중요한 한 축이 됐다. 쌓인 세월만큼이나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는 가족들의 열렬한 응원에 힘입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10여년 전 시아버지께서 고생한다며 편하게 움직이라고 자동차를 사주셨고, 아들은 든든한 보훈인 시상식에 직접 참석해 꽃다발로 축하를 전하기도 했다.

다시 나라가 당신을 부른다면 그 부름에 기꺼이 응하겠다 말하는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을 보며, 훌륭한 분들을 섬긴다는 특별한 사명감으로 정삼례 보훈섬김이는 매일 가족처럼 어르신들을 만나고 있다. 모두가 내 부모님, 내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보훈가족을 향해 달려가는 걸음에는 망설임이 었다.

그는 거동이 어려운 분들을 부축해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생활이 반짝반짝 빛나도록 청소를 해드리고, 즐겁게 식사를 하실 수 있도록 반찬을 만들어 드린다. 그러나 가장 필요로 하는 일은 바로 곁에서 말벗이 되어 친구, 자녀가 되어드리는 것이 더 중요한 보훈섬김이의 본분이라고 믿는다.

“제가 하는 일이 그분들의 소소한 일상과 직결됩니다. 어르신들과 함께하며 그분들의 삶을 궤적을 생생한 음성을 통해 체험하게 되고 기쁜 일, 슬픈 일 가릴 거 없이 대화를 나누다보면 어르신들 한 분 한 분의 인생이 파도처럼 제게 몰려옵니다.

그는 오늘도 오래도록 보훈가족의 손발이 되어드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것은 자신을 필요로 하는 분들을 위해 쓰임새 있는 사람이, 또한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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