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과를 떠나 다른 부서업무를 몇 년간 근무하다 다시 복지업무를 맡으면서, 코로나19라는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어려운 환경과 마주하게 되었다. 보훈가족의 재가복지 현장에도 큰 불편과 어려움이 많다.

이제는 평균나이 80세가 넘는 고령의 보훈가족들은 예전에 여가생활을 누리던 마을경로당과 복지관도 이용할 수 없게 되었고, 타 지역에 있는 자녀들의 왕래도 막히면서 함께 정을 나누고 보듬는 기회마저 더 줄어든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르신의 건강을 돌보기 위해 가장 먼저 방역마스크 지원에 노력을 기울였다. 어르신께서 마스크 하나를 2~3주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기업들의 후원을 얻어 모든 재가복지대상자에게 3회에 걸쳐 마스크를 전달해 드렸다.

지청 자체 긴급출동119를 꾸려 독거대상자와 건강이 좋지 않는 부부세대를 위해 주1회 밑반찬과 국을 지원하고 필요시 생필품과 의약품 구입 등의 긴급서비스도 해드렸다. 보훈섬김이의 방문이 멈추면서 홀로 식사를 준비하는 어려움에 처한 대상자들은 “지청에서 제공하는 국과 반찬이 무엇보다 고맙고, 덕분에 기운을 얻는다”며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오셨다.

코로나로 힘들고 경기침체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가유공자를을 잊지 않고 후원을 주신 많은 지역기업체의 따뜻한 나눔은 너무나 고맙다.

지난해 연말에는 작은 에피소드가 생겨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12월에 펼친 봉사활동 ‘감사 가득! 기프트 박스’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내 동국대학교 유아교육학과 학생들과 연계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손편지를 직접 제작하고, 비즈를 이용해 마스크스트랩을 만들어 작은 선물과 함께 국가유공자분께 전해 드리는 활동이었다. 큰 반향을 기대하지 않았으나, 받아 보신 어르신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곳곳에서 편지를 받고는 1주일 내내 꺼내 읽고 또 읽으셨다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어르신들은 “이제는 세월이 지나 우리의 희생이 잊혀지고 있다고 느꼈는데, 한번도 본적 없는 학생들이 나를 위해 그리고, 만들고, 손글씨로 이렇게 편지를 써서 존경하고 감사하다고 하니 마음이 뭉클해진다”고 말씀하신다. 이 작은 사연과 감동을 보며 우리가 국가유공자분들의 의식주의 필요만을 생각하고 달려오지는 않았나 깊이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진정 ‘든든한 보훈’이란 보훈가족들의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 지원뿐 아니라, 그분들의 마음까지도 헤아리며 그분들의 자존감을 높여 드리는 것 아닐까. 자신들의 희생과 공헌이 잊혀져가는 ‘과거 소싯적 사건’이 아니라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감사하고 존경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중요한 것 아닐까.

하루 속히 코로나의 불편하고 불안한 터널을 벗어나 예전의 일상을 되찾고, 그 속에서 우리 국가유공자들의 희생과 공헌이 국민 모두에게 존경을 받고, 이로 인해 국가유공자들의 자긍심도 더욱 높이 올라가는 2021년이 되길 소망한다.

김현지 경북남부보훈지청 복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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