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참전유공자 발굴을 위해 국가보훈처 직원들이 옛 자료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지켜낸 6·25전쟁은 반만년 우리 역사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격변의 한 순간이다. 6·25전쟁은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참전자와 유엔 지원국의 희생 아래 새겨진 역사가 됐다. 대한민국은 전쟁에 참여한 이들의 희생에 대해 국가차원의 예우와 지원으로 그 영예를 기리고 있다. 그리고 국가보훈처는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처, 그것을 치유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아직도 등록되지 못한 참전유공자를 찾아 예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10대 혹은 20대의 찬란한 청춘을 바쳐 나라를 지킨 참전유공자. 그들은 당시 백척간두에 선 나라의 운명을 온몸으로 지켜냈다. 그들은 이제 90세를 모두 넘어섰고, 많은 분들은 벌써 스스로 지켜낸 고국 땅에 잠들어 계시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쟁 발발 71년을 넘어선 오늘까지 참전사실을 확인하지 못해 참전유공자로 등록이 못한 분들이 아직도 32만여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분들을 국가유공자로 모시기 위한 노력이 바로 국가보훈처의 ‘미등록 참전유공자 발굴’ 사업이다.

이 사업은 참전자가 참전사실을 입증하거나 등록하도록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국가 책임’으로 적극 발굴해 끝까지 예우해 드리겠다는 국가보훈처 ‘적극 행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8만 3천여 국가유공자 발굴 노무자 등 비군인도 발굴 확대

전쟁 기간 내 전장 곳곳에서 애국심을 불사른 미등록 참전유공자 중 많은 분들은 사망했을 수 있다. 일부는 살아계시지만 국가유공자로 인정하고 예우하는 제도를 알지 못해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훈처가 할 일은 지금껏 등록되지 않은 참전용사의 기록을 확보해 실제 이분들이 어디에 살고 계신지를 찾아 등록해 드리는 것과 돌아가신 분들을 직권 등록해 참전유공자로 기록 관리, 예우하는 일이다.

정부는 지난 2014년부터 참전자의 자료를 직접 찾아 국가유공자 등록을 추진해오고 있다. 그 결과 생존 6·25참전유공자 5,231명을 포함해 모두 8만3,568명(2020년 12월 현재)을 발굴해 국가유공자로 보상하고 예우해 드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미등록 참전유공자 발굴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결과 생존자 520명을 포함해 1만6,239명의 유공자를 발굴하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는 등록 제도를 모르거나 당시 군 기록에 신상자료가 정확하지 않아 신원파악이 어려운 참전자를 발굴하기 위해 각종 홍보매체를 동원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 결과였다.

국방부·병무청 협조 자료 확보, 1명씩 파일 만들어 원본 대조

한편 참전유공자는 군인과 경찰 뿐 아니라 전쟁에 기여한 노무자, 학도의용군, 유격대원, 종군기자, 철도·소방공무원 등 비군인 신분으로 참전한 경우도 참전유공자로 인정돼 예우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2018년부터 비군인 참전유공자를 발굴하기 시작해 그해 17명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2,392명을 참전유공자로 등록했다.

전쟁 발발 71년, 휴전 68년이라는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참전유공자를 찾는 일은 사실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만큼 어려운 일이다.

국가보훈처는 참전유공자를 찾기 위해 우선 국방부와 병무청의 참전기록을 협조 받은 후,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들의 제적등본이나 주민등록표 등 신상기록을 수집했다. 이렇게 확보한 참전자의 거주표에는 당시 군인의 인적사항과 입대과정, 전역까지의 모든 기록들이 들어있다. 이 기록을 근거로 참전자의 주소와 본적지를 추적해 제적등본 등 신상자료와 대조를 거치면 참전자와 동일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거주표의 기록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되지 않은 분들이기 때문에 생사여부와 실거주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작업은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참전군인 수만도 90만 명이 넘는데다 전쟁터라 기록이 온전하게 보존된 경우가 많지 않아 미등록자 발굴은 첩첩산중인 경우가 많다”면서 “사업 인력을 추가 확보해 70년 전 자료를 1명씩 파일로 만들어 일일이 원본과 대조하면서 한 분씩 국가유공자를 추가할 수 있었다”며 작업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24만여 명 병적·신상 재조사키로, 전몰·순직 군경 제적유자녀도 등록 

보훈처는 올해 신상기록이 확인된 미등록자 8만3,000명에 참전 여부와 동일인 여부 확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신상 확인이 어려운 23만8,000여 명에 대해서는 병적과 신상을 재조사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비군인에 대해서는 군번이 부여된 비군인 1만5,000여 명과 경찰청 소속 비군인 2만3,000여 명에 대해 참전사실을 확인한 후 국가유공자 등록을 추진할 계획이다.

6·25전쟁 전몰·순직군경 유족의 제적유자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거쳐 기초자료를 확보한 후 지(방)청을 통해 등록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참전유공자 등록·제보 : 각 지방보훈(지)청, 전화 1577-0606

간호사관학교 명단, 병적기록 분석…거주지 확인 후 ‘등록’

참전유공자 발굴 사례

이현원 참전유공자(충북 청주, 86세)는 육군 간호장교로 참전했으나 스스로 ‘총을 들고 참전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전유공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육군간호사관학교 1기생인 그는 독립유공자 이상설 선생의 외손이자 독립유공자 이충구 선생의 손자로 독립유공자 집안의 참전유공자인 셈. 전북동부보훈지청은 국군간호사관학교 명단을 확보한 후 지자체를 통해 그의 생존과 거주지를 확인하고 2020년 4월 20일 참전유공자로 등록했다.

황인정 참전유공자(전남 영암, 87세)는 고향에서 농사일에 종사하면서 최근까지 참전유공자 등록과 지원제도가 있는지 모르고 지내왔다. 국가보훈처는 국방부로부터 건네받은 참전자 거주표(병적기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자체를 통해 그의 생존과 거주지를 확인하게 됐다.

2019년 2월 27일 참전유공자로 등록한 그는 “국가보훈처에서 참전유공자를 직접 찾아 등록하고 인정해 주니 너무 고맙다”며 “나이 들어 받게 된 큰 축복이자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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