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이야기가 흐르는 가곡다방’의 한 장면. 익숙한 가사가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엄마’와 ‘누나’는 가족구성원을 가리키는 평범한 단어지만 나란히 놓으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이처럼 아름다운 언어와 선율이 가지는 힘은 수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져 저마다의 추억으로 치환된다. 아름다운 선율과 은유적인 시어로 근현대사를 품은 명 가곡들로 우리를 추억 속으로 안내할 음악극 ‘이야기가 흐르는 가곡다방’이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25일부터 27일까지 3일간 열린다.

옛 추억 가득 머금은 가곡다방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이라는 격동의 역사를 겪은 지난 한 세기를 품은 가곡들을 통해 당대 젊은이들의 고민과 시대가 주는 고통과 애환을 느끼며, 옛 추억들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시간을 선사한다.

이번 음악극은 한 음악다방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간혹 추억을 찾는 노신사들 외에는 찾는 이 없는 음악다방을 주인 홀로 운영하고 있다. 찾는 사람이 없어도 주인은 디제이를 자처하지만 손님은 없고, 한 때 젊은이들로 북적였던 곳이라는 향수에 젖어있다. 그때 나이든 여자 손님이 들어오고, 주인은 새로운 손님에게 예전에 이곳을 찾았던 손님들에 대한 사연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각각의 손님들의 사연과 함께 ‘그리운 강남’ ‘수선화’ ‘그네’ ‘초혼’ ‘오빠생각’ ‘엄마야 누나야’ ‘가고파’ ‘고향’ ‘고풍의상’ ‘꽃구름 속에’ ‘동무생각’ ‘보리밭’ ‘서시’ ‘떠나가는 배’ ‘비단안개’ ‘산유화’ ‘명태’ ‘사월의 노래’ ‘남으로 창을 내겠소’ ‘아리랑’ 등 우리의 심금을 울릴 20곡의 가곡이 감동을 선사한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오빠생각’, 최순애 시, 박태준 곡)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 지금도 그 물새들 날으리 가고파라 가고파 어릴제 같이 놀던 그 동무들 그리워라 어디간들 잊으리요 그 뛰놀던 고향 동무 오늘은 다 무얼 하는고 보고파라 보고파” (‘가고파’, 이은상 시, 김동진 곡)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고향’, 정지용 시, 채동선 곡)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서시’, 윤동주 시, 강지원 곡)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있어 나를 부른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보리밭’, 박화목 작사, 윤용하 작곡)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산유화’, 김소월 시, 김순남 곡)

저마다의 사연과 함께 우리 근현대사를 대표하는 가곡들을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국내 정상급 성악가와 배우들이 선보일 예정이다.

출연진에는 2015년 대한민국오페라대상 남자주역상을 수상한 바리톤 우주호와 방송프로그램 ‘팬텀싱어’에서 준우승팀의 멤버인 바리톤 박상돈, 뮤지컬 최고신인상을 수상한 소프라노 김순영, 2020년 중앙음악콩쿨 1위를 수상한 한예원, 서울대 성악과 재학 중인 홍채린, 이탈리아 국제콩쿨 1위를 수상한 테너 김지훈까지 6인의 성악가와 연극과 뮤지컬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이현주, 윤동기 배우가 포함됐다.

공연 문의 및 예매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극장 ‘용’(1544-5955, www. cfnmk.or.kr) 또는 인터파크티켓(1544-1555)을 통해 가능하다.

가격은 R석 50,000원 S석 30,000원 OP석 35,000원이며 국가유공자는 1인 2매까지 50% 할인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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