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를 위한 희생과 공헌, 그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기념하는 것. 여기에는 많은 제도와 시스템, 문화와 행사가 있다. 지난 2018년 처음 시작한 ‘국가유공자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은 최근 도입한 획기적인 일의 하나로 꼽힌다. 이 사업은 정부가 국민의 뜻을 모아 국가유공자 거주공간에 ‘상징적 명패’를 달아드린다는 점, 그리고 국가유공자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온 헌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기’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사업인 것이다.

통일성·품격 높여 제작

그동안 국가유공자 집에는 일부 지자체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명패를 제작해 산발적으로 부착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일부 명패의 경우 디자인이 조악하게 이뤄져 국가유공자 예우에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유공자들 사이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사업의 통일성을 기해 명패 자체의 품격을 격상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국가유공자 예우의 차원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보훈처가 이 문제에 대한 검토를 본격 시작했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유공자 예우 차원에서 명패 달아드리기 사업의 추진을 지시하면서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명패 사업의 핵심은 ‘국가유공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이웃과 함께 나누자’는 것이다. 명패를 달면서 국가유공자는 스스로 존재감을 높일 수 있고, 지역의 주민들은 ‘이웃에 사는 국가유공자’를 존경하면서 나라사랑의 마음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이웃과 함께하는 ‘보훈문화’의 자연스러운 확산인 셈이다.

국무위원 나서 최고의 예우

2019년 1월 25일 오후 겨울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서울 동작구 임우철 애국지사(지난 6월 8일 작고)자택에 2019년 첫 명패가 부착됐다. 당시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나서 함께 명패를 부착해드리자 임 지사는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모든 역경의 시간을 딛고 광복을 맞이했고,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게 됐습니다. 오늘 이렇게 국가유공자의 집 명패를 달고 처장께서 감사의 인사를 해주시니 참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나라를 위해 애썼던 우리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고 이렇게 명패를 달게 되니 모두 감사한 일이죠.”

이어 국무위원들이 나섰다.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관들이 관련 지역 등을 찾아 직접 명패부탁에 나서면서 최고의 예우를 다한 명패부착이 본격화됐다. 전국적으로 시작된 사업은 지역 군부대 부대장이나 지자체장 등 기관장, 보훈(지)청장 등이 나서 명패 달아드리기에 참여하면서 열기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2019년 5월에는 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국가유공자 등의 명패 관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했다. 이렇게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기점으로 본격화된 명패사업은 첫 해 독립유공자부터 시작해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로 확대됐다. 올해와 내년에는 국가유공자 유족까지 부착을 확대한다.

총리령 개정, 유족 부착 확대

사업의 실적도 빠르게 쌓여져갔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국가유공자 본인 총 37만723명 중 34만8,019명에 대한 명패 부착이 완료됐다. 대상자 중 부착률은 93.9%에 달한다.

올해에는 전몰·순직군경 유족, 전상군경 유족(1급~6급2항), 재일학도의용군 유족, 특별공로순직 유족, 특수임무 유족, 4·19 유족, 5·18 유족 등 11만 4,000여 명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내년에는 총리령을 개정하는 등의 기초 작업을 거쳐 전상·공상군경 유족 등 10만 8,000여 명에게도 명패를 달아드리게 된다.

국가보훈처는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을 고려해 올해 사업의 경우 방문부착이 어려워지면서 하반기부터는 비대면 부착 방식을 확대해 우편으로 명패를 송부하고 있다. 상황에 따른 발빠른 대처를 통해 연말까지는 부착 목표의 90% 이상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보훈처는 최근 ‘국가를 위한 희생’으로까지 명패 부착의 범위를 넓히면서 사업이 사회통합과 공동체의 미래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의미도 갖게 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방 보훈관서 중심으로 명패 달아드리기 행사가 국가유공자의 공헌을 국민에게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홍보가 이뤄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나라사랑 정신과 보훈문화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곳에 달아드린 명패

지난달 19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주한미국대사 무관이 대전 동구의 고 김재현 철도기관사 유족 자택에 국가유공자 명패를 달아드리고 있다.

고 김재현 철도기관사

지난달 19일 오전 11시, 황기철 국가보훈처장과 주한미국대사를 대신한 조지 돌란 주한 미국 대사관 무관 등이 대전 동구의 6·25전쟁영웅인 고 김재현 철도기관사 유족 자택에 국가유공자 명패를 달아드렸다.

김재현 기관사는 국가보훈처에서 선정한 2020년 5월의 6·25전쟁영웅으로, 1950년 7월 19일 북한군에 포위된 미군 제24사단장인 윌리엄 딘 소장 구출 등을 위해 투입됐다 전사한 철도기관사.

이번 명패 달아드리기는 유엔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억하는 7월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을 앞두고 실시했으며, 7월 19일은 김재현 기관사가 전사한 날기도 하다.

외국인독립운동가와 국제보훈

2018년 12월 22일, 대한매일신보를 통해 독립운동에 기여한 외국인 독립운동가 베델(1950년 대통령장)의 후손 집에 명패를 달아드렸다. 이어 2019년 5월 3일에는 이륭양행을 통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활동을 도운 외국인 독립운동가 조지 루이스 쇼(1963년 독립장)의 후손 집에 명패를 달아드렸다.

2019년 12월 4일에는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명패 달아드리기 행사에 직접 참여해 6·25전쟁을 통해 형성된 한미동맹의 의미를 함께 확인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국제 명패 달아드리기 행사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나라’로서의 대한민국 국격을 향상시키는 한편 보훈의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국제보훈을 위한 좋은 연결고리 기능을 하고 있다.

서해수호 용사 유족

국가보훈처는 지난 3월에는 제6회 서해수호의 날을 앞두고 제2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도발 등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한 서해수호 용사 유족에게 명패를 달아드렸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은 4일 오후 연평도 포격도발 전사자인 고 서정우 하사의 부모가 거주하는 광주광역시를 찾아 유족을 위로하면서 국가유공자 명패를 함께 달았다.

서 하사는 2009년 2월 해병대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폭탄 파편에 맞아 전사했다. 그는 화랑무공훈장이 추서되고 병장에서 하사로 특진했다.

지난해 10월 6일 수원고등학교 학생들과 교장선생님이 함께 월남전참전유공자댁에 명패를 달아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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