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유엔군 참전의 날을 맞아 지난달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에밀 카폰 신부 유족에게 ‘에밀카폰 철모’를 전달하고 있다.

‘유엔군 참전의 날’인 지난달 2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황기철 국가보훈처장, 서욱 국방부 장관, 염수정 서울대교구장, 폴 러캐머라 유엔군 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이 열렸다.

이날 훈장을 받은 용사는 미국 참전용사 고 에밀 조세프 카폰 신부와 호주 참전용사 콜린 니콜라스 칸.

문 대통령은 에밀 카폰 신부의 조카 레이먼드 카폰 내외에게 태극무공훈장을 수여하고 옛 미군철모를 활용해 당시 고인의 철모를 구현한 ‘에밀카폰 철모’를 전달했다. 이어 콜린 칸 장군의 조카손녀 캐서린 칸 모녀에게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여하고 가평전투를 기리는 의미로 ‘가평석 기념석패’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수여식에서 “오늘은 한국전쟁 정전 68주년이자 아홉 번째 맞는 유엔군 참전의 날”이라고 소개하며 “역대 대통령 최초로 유엔군 참전의 날에 훈장을 수여하는 영광스러운 임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부상당하고 포로가 된 극한 상황에서 부상자들을 돌보고 미사를 집전하며 적군을 위해 기도하던 카폰 신부님의 정신은 대한민국 가톨릭 군종의 뿌리가 됐다”면서 “신부님의 성스러운 생애는 미국과 한국은 물론 인류의 위대한 정신적 유산이며, 오늘의 훈장이 유가족과 신부님의 정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한국전쟁 때 파병된 호주군의 업적을 소개하며 “호주왕립연대 소대장이었던 칸 장군님은 죽음의 고비를 넘긴 뒤 전쟁 후에는 대한민국 발전상을 호주 전역에 알리는 일에 앞장섰다”고 말하고 “전쟁 때 함께 싸웠고, 전후 복구에도 큰 힘이 되어준 장군님과 호주 참전용사들을 오래오래 기억할 것”이라 강조했다.

유족 대표들도 훈장을 가슴에 안은 채 화답했다. 레이먼드 카폰은 “이 훈장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6·25전쟁 참전용사 및 전사자들께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를 상기시켜 주는 훈장”이라며 “다시 한번 저희 삼촌을 대신해 감사드린다. 대한민국은 저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로 남았기 때문에 꼭 다시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칸 장군의 조카증손녀 이매진 스미스는 “콜린 칸 증조할아버지를 대신해 오늘 훈장 수여식 참석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한국어로 말한 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굉장히 아쉬워 하셨는데, 이 영광스러운 상과 영예를 주셔서 정말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전달식에서는 미래세대가 유엔참전용사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에밀 카폰 신부의 박애정신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살레시오고교 변성문 학생과 호주 참전용사들이 활약했던 가평전투 현장의 가평고교 원예슬 학생이 두 참전용사의 공적을 소개했다.

# 고 에밀 조세프 카폰은 1950년 7월 15일 6·25전쟁에 군종신부로 파병돼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박애를 실천한 ‘한국전의 예수’로 불린다. 그는 1950년 11월 중공군 포로가 됐으나 포로 신분임에도 부상당한 병사를 돌보며 자기희생적 모습을 보이다 다음해 5월 23일 북한 포로수용소에서 사망했다. 미국정부는 그에게 2013년 4월 최고 무공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했다. 그의 유해는 사망 70년 만인 올해 3월 하와이 국립태평양묘지에서 발견돼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 콜린 니콜라스 칸은 6·25전쟁에 호주왕립연대 1대대 소대장으로 참전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후에도 호주 ‘한국전 참전기념비’ 건립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6·25전쟁 참전의 역사와 한국을 알리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며 한·호주 우호관계 증진에 기여해 왔다.

황기철 국가보훈처장이 지난달 26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열린 유엔군 참전용사 훈장수여자 환영조찬에서 참전용사 유족들에게 ‘리멤버유’ 명패를 전달하고 있다.
저작권자 © 나라사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