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8년 지어진 옛 군산세관 본관. 110여 년의 세월을 품고 역사의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여행은 익숙한 삶에서 잠시 벗어나 휴식을 즐기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출구이다. 휴양과 관광을 넘어 역사적인 현장을 찾아 체험함으로서 반성과 교훈을 얻는 체험관광이 새롭게 떠오르면서 젊은이들과 자녀를 둔 가족에게도 군산은 새로운 여행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근대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 군산. 수탈의 아픔을 극복하며 더 단단해진 현장, 근대를 체험할 수 있는 군산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서해바다와 금강이 만나는 항구도시

서쪽으로 바다가 펼쳐지는 전북 군산. 이곳은 조선시대 서해바다와 금강이 만나는 항구도시이자 전국 최대 곡창지대인 충청도와 호남평야의 세곡이 모이는 곳으로 일제강점기 쌀 수탈의 본거지였다.

장미동 해변가에는 일본으로 쌀을 비롯해 조선의 물자를 보내기 용이하도록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부잔교’가 일제 수탈의 현장을 증언하고 있다. 물의 수위에 따라 다리가 올라갔다 내려가기 때문에 뜬다리 부두라고도 불린다. 지금은 낡아서 통제되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면 거대한 철물구조 곳곳은 녹이 쓸었고, 투박한 모습에는 쓸쓸함이 감돈다. 뒤로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곧 출항을 앞둔 생기 넘치는 선박들과는 대조적이다.

 

역사문화공간이 된 적산가옥

군산시 월명동 일대에는 일본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조선은행 군산 지점이었던 군산 근대 건축관,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이었던 군산 근대 미술관, 조선미곡창고주식회사 건물이었던 장미공연장, 군산세관 본관, 근대역사박물관, 구 조선식량영단 군산출장소 등이 관람객을 맞는다.

각 건물은 박물관 역할도 겸하면서 당시의 여러 유물들, 이곳에서 일본인 소유의 토지목록, 창씨개명 호적 원부 등을 볼 수 있다. 흑백사진 속 높게 쌓인 쌀가마니들과 이를 바라보는 허탈한 농민의 표정. 일제의 수탈에 저항하면 독립운동에 나섰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린 자녀의 손을 잡고 온 젊은 부부들은 곳곳의 포토존, 스템프 투어, 시간여행 꼬마열차 등으로 역사의 현장을 거슬러 간다. 현재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관광안내소와 스템프 투어 등은 중단된 상태지만 앱을 통해 증강·가상현실로 문화재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추억을 쌓는 공간으로

군산근대화거리는 근대식 건축물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길거리 상점마다 태극기가 걸려있어 일제의 잔재인 일본식 가옥과 한데 뒤섞이며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많은 건축물과 유적들은 대부분 천천히 걸어서 이동하기 좋은 거리에 있다. 조금 먼 산책을 나간다고 마음먹는다면 기분 좋게 둘러볼 수 있다. 거리 곳곳에 조성된 공원에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벤치에 앉아 쉬어가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과거의 아픔을 극복해내고 이겨낸 도시. 더 단단하게 눈부신 발전을 이룬 군산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를, 그 역사 속에서도 저항하고 맞서며 나라를 지켜낸 민족의 자부심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곳이다. 푸른 하늘이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전하는 군산. 코로나와 여름으로 지친 어깨를 털고 일어나 시간여행을 떠나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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