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상담에 나서는 서울지방보훈청 보상과 김상현 주무관. 그의 하루는 오늘도 빠르게 흘러간다.

완연한 가을하늘과 빠르게 옷을 갈아입은 가로수들 사이로 보이는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 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지방보훈청의 불은 밝았다. 이곳에는 지금이 낮 시간인 듯 업무를 처리하는 3~4명의 직원들이 보였다. “늦은 시간이지만 조금만 더 힘내 봅시다”하며 동료들을 격려하는 한 사람이 눈에 띈다. 바로 보상과 김상현 주무관이다.

 

인구 천만의 국제도시 서울. 인구가 많은 만큼 서울지방보훈청이 지원하는 보훈가족의 숫자도 엄청나다. 그 중에서도 생활조정수당 업무를 맡은 김상현 주무관은 언제나 바쁘다. 따라서 그에게 야근이나 휴일출근은 예삿일이다. 특히 9~10월은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를 실시하는 기간으로 평소보다 일이 훨씬 늘어난다. 보상과 팀원들은 개천절과 한글날 대체휴일에도 업무를 이어갔다. 휴식 없이 이어지는 과중한 업무에 지칠 만도 하지만 보훈가족을 대하는 그는 표정 하나 찡그리는 법이 없다.

“국가유공자분들을 매일 만나면서 그분들에게 배우는 것이 참 많습니다. 젊은 날, 나라를 위해 온몸으로 나섰던 분들을 보며 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청춘을 희생해 지금의 우리나라를 있게 한 장본인들의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모릅니다.”

저마다 다른 사연과 사정이 있는 보훈가족들, 때로는 연로한 어르신께서 눈물로 도움을 호소하실 때면 김상현 주무관의 마음도 덩달아 아프다. 어떻게든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구청 담당자들과 함께 소득산정에 문제가 없는 지 등을 꼼꼼히 살핀다. 생활조정수당 지원 이외에도 무공·보국수훈자와 해외보상금 지원 등의 업무까지 더해져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 상황이지만 김상현 주무관의 짐을 나누려는 동료들 덕에 힘을 얻는다.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위한 과장님이나 팀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또 업무가 한 사람에게 몰리는 때면 먼저 일을 끝낸 사람이 나눠 가져가는 분위기 덕분에 매일매일 견디는 힘이 됩니다.”

서로 돕는 돈독한 분위기 속에 전국에서 가장 업무가 많은 서울지방보훈청의 하루가 무사히 흘러간다. 김상현 주무관은 많은 업무를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능력과 보훈가족을 공경하는 태도를 갖추고, 동료들을 격려·배려하며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만들기에 힘쓴 덕에 든든한 보훈인에 선정됐다. 주변의 칭찬이 자자한 그도 이전에는 ‘보훈’ ‘국가유공자’에 대해 깊이 알지 못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직장을 다니다 2015년 공직에 입문한 그는 현장에서 보훈가족과 만나며 매일 ‘든든한 보훈’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배우고 있다.

“서울에 오래 살면서 북한산 등산도 자주 했습니다. 어느 주말 북한산을 오르는 데 문득 수유리 애국지사 묘역을 가리키는 팻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발길을 돌려 묘역으로 향했습니다. 그날 깨끗하게 정돈된 애국지사 묘소를 보며 뿌듯함을 느끼며 ‘보훈’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국가보훈처 공무원이 된 이후 그는 달라진 마음가짐으로 북한산을 오르고, 서울 곳곳의 현충시설, 역사적인 장소의 표지석 등을 볼 때마다 나라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며 웃어보였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보훈가족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그는 “수당을 신청하러 지청으로 오시는 분들 중에 본인 사정을 잘 털어놓지 못하는 분들이 계세요. 저희가 알기 쉽게 잘 설명해드리니 어려워하지 말고 찾아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오늘도 늦은 밤까지 사무실을 지켜야 하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보훈가족을 더욱 세심하고 따뜻하게 맞이하겠다고 마음을 다지며 쌓인 서류를 집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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