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날레토, ‘베네치아 카나레조 입구’, 1734-42년경(위). 작품 이미지 출처 영국 내셔널갤러리.
카날레토, ‘베네치아 카나레조 입구’, 1734-42년경(위). 작품 이미지 출처 영국 내셔널갤러리.

수백 년이 넘는 아득히 먼 시간을 초월해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거장들, 그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보티첼리부터 반 고흐까지 유럽의 회화 거장들이 살았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시선이 닿았던 세계를 바라볼 수 있는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영국 내셔널갤러리와 함께 주최하는 것으로, 보티첼리, 라파엘로, 티치아노, 카라바조, 푸생,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 렘브란트, 고야, 터너, 컨스터블, 토머스 로렌스, 마네, 모네, 르누아르, 고갱, 반 고흐 등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 52점을 선보인다.

그간 국내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수많은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는 만큼 이번 전시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됐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은 대작을 감상하기 위해 찾아온 관람객들로 붐벼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는 르네상스, 종교개혁, 그랜드 투어, 프랑스 대혁명, 산업혁명 등 유럽의 변화하는 시대상을 각각의 주제로 공간을 나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다.

‘르네상스, 사람 곁으로 온 신’은 고대 그리스·로마 문화에 대한 관심과 함께 다시 인간을 돌아보기 시작한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을 소개한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화가인 산드로 보티첼리의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 라파엘로의 ‘성모자와 세례 요한(가바의 성모)’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이 관찰한 이 세계에 주목해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한 르네상스 시기 작품은 다소 건조해 보이지만 매우 정교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열된 교회, 서로 다른 길’은 종교개혁 이후 가톨릭 신앙을 북돋기 위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미술의 역할에 주목한 가톨릭 국가의 미술과 종교미술 대신 사람과 그 주변 일상으로 관심을 옮긴 프로테스탄트 국가의 미술을 대비하며 볼 수 있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카라바조의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작품과 함께, 가톨릭 개혁 시기 인기를 끈 사소페라토의 작품 ‘기도하는 성모’도 소개한다.

이번 전시 포스터 메인 작품으로 선정된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작품 앞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껏 찌푸려진 미간과 일그러진 소년의 표정은 도마뱀에 물린 통증이 느껴지는 듯 생생했다.

‘찰스 윌리엄 램튼(레드 보이)’.
‘찰스 윌리엄 램튼(레드 보이)’.

‘새로운 시대, 나에 대한 관심’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확장돼 개인 그리고 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18~19세기 작품들을 조명한다. 토머스 로렌스의 ‘찰스 윌리엄 램튼(레드 보이)’, 안토니 반 다이크의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 등 이 시기에는 종교와 사상을 담는 매체를 넘어, 개인의 경험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그림들이 활발히 그려졌다.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의 작품은 사람의 전신을 거의 실물 크기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 압도적이다. 당시 유럽으로의 3년간 이어지는 그랜드 투어 출발 직전에 그려진 초상화에서는 각각 금빛과 은빛의 화려한 차림과 형의 여유로운 표정과 자세, 긴장감이 엿보이는 동생과의 대비가 흥미롭다.

‘인상주의, 빛나는 순간’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 등장한 인상주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에두아르 마네의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목욕하는 사람’ 등 화가들의 관심은 산업혁명으로 근대화된 도시의 변화된 모습과 거기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집중됐다. 이 시기에 들어서 비로소 그림은 ‘무엇을 그리는가’ ‘얼마나 닮게 그리는가’의 문제에서 벗어나게 된다.

빈센트 반 고흐,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1890년.
빈센트 반 고흐,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1890년.

또한 빈센트 반 고흐의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클로드 모네의 ‘붓꽃’ 등 점차 독창적인 색채나 구성을 바탕으로 화가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작품을 만난다.

관람객을 바라보듯 정면을 응시하는 초상화나 인물화에서 벗어나 군중화와 풍경화 등이 있는 전시공간으로 들어서자 그간의 긴장감이 해소된다. 그림이 권력을 가진 이들을 위한 수단에서 점차 평범한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예술로 변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시 작품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전시 작품을 둘러보는 관람객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10월 9일까지. 입장료는 성인 18,000원이며, 국가유공자 본인과 동반 1인은 무료. 현장에서는 당일입장권만 구매할 수 있으며, 회차 별 한정수량 판매하므로 조기매진 될 수 있다. 문의 1688-2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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