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라사랑 클린하우스 시즌 2의 제1호 주택 준공식에서 6·25참전유공자 부부가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올해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이 빠져나간 자리로 맑은 가을하늘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찬바람이 머잖은 계절, 생활이 어려운 국가유공자의 보금자리가 걱정돼 주거환경 개선활동에 참여하며 4년 째 값진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한화 윤이랑 씨. ‘아름다운 청년’, 그가 ‘따뜻한 보훈’의 민간 전령으로 나섰다.

그가 참여하고 있는 ‘나라사랑 클린하우스’는 ㈜한화 방산부문에서 국가유공자에게 쾌적하고 편안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자원봉사 프로그램으로 참여자들의 열기에 힘입어 지난 2011년부터 7년 째 이어지고 있다.

방위 산업체라는 기업 특성을 살려 생활이 어려운 국가유공자가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서울지방보훈청과 협력해 매년 어려운 국가유공자의 집을 무상으로 수리하고 있다.

윤이랑 씨는 클린하우스 봉사활동에 4년 전부터 참여했다.

“어릴 때 국가유공자이신 외할아버지께 6·25전쟁 이야기를 가끔 들어서 알고 있었어요. 그때는 그저 신기한 마음으로 6·25를 접했는데, 제가 사회생활을 방위 산업체에서 하게 된 것도 그 인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라사랑 클린하우스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개인이었다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일이지만, 회사와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이 있어 크게 고민하지 않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는 그는 클린하우스 활동에서 새로운 보람과 의미를 찾게 됐다. 이 활동을 통해 ‘국가유공자’를 이해하는 시각도 더욱 깊어졌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했기 때문에 전쟁을 지나온 세대가 얼마나 힘겹게 살아남으셨는지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의 이후 삶에 대해서는 잘 모를뿐더러 깊게 고민해 본 적도 없었어요. 클린하우스를 하면서 국가유공자분들을 직접 만나 뵙고 나니 생각도 의식도 많이 바뀌게 되더라고요.”

젊은 시절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큰 아픔을 겪은 참전용사들이 불우한 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것은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어디서도 본 적 없던 사실이었다. 집 수리 현장에 처음 나갔을 때 충격이 매우 컸다던 그는 클린하우스 활동을 통해 젊음을 바친 이분들의 삶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고 한다.

힘든 노동을 전혀 해본 적 없는 그가 한여름에 진행되는 클린하우스 활동에 빠지지 않고 꾸준히 참여하는 이유다.

나라사랑 클린하우스는 봄에 선정과정을 거치고 7~8월 사이에 공사를 진행한다. 장판과 도배만 바꿔도 훨씬 아늑한 환경으로 바뀌고, 단독주택일 경우 지붕이나 싱크대 등 보다 큰 공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제까지 그의 손길이 닿은 주택만 해도 벌써 10가구가 넘는다.

“이런 곳에서 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열악한 곳이 정말 많았습니다. 지붕이 고작 몇 겹의 비닐로 쌓여 있는가 하면 바닥에서 물이 새 축축하고, 싱크대가 녹이 슬어 아예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황인데도 형편이 어려워 그대로 살고 계셨어요.”

한 여름에 진행되는 공사는 뜨거운 열기, 습기와의 싸움이다. 땀을 비 오듯 흘리다가도 공사 현장에 찾아와 미안해하며 고마움을 표시해 주는 국가유공자분들 덕에 힘이 났다.

“공사 중에도 계속 들러 친조부모님처럼 이런 저런 것들을 챙겨주시고, 걱정해 주셨어요. 공사기간 동안 감사하다,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을 하셨는지 몰라요. 계속 허리를 숙이시는 분들을 보며 오히려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는 ‘국가유공자’와 그들의 삶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 준 이 활동을 힘닿는 데까지 계속할 생각이다. 나라사랑 클린하우스 프로그램은 현재 서울 지역에서만 진행되고 있지만, 그는 우리 사회가 조금씩 더 힘을 모아 이런 소중한 사업이 전국 곳곳으로 확산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 자신이 희망의 첫 불씨가 되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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