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시 남구에 위치한 유엔평화기념관 전경.

 얼마 전 싱가포르에서 전 세계가 주목한 만남이 있었다. 북미회담이 한반도 평화의 한 걸음을 내딛게 한 것이다. 69년 전 그 전쟁의 아픔을 알고 있는 모든 나라가 오래 묵혀뒀던 앙금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며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특히 생면부지의 땅에 ‘자유’를 지켜주기 위해 나섰던 이들과 그들을 잃어야 했던 가족들에게 한반도의 화해무드가 남다르게 느껴지지 않을까.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아파하고 우리를 위해 희생한 유엔군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유엔평화기념관을 찾았다.

부산시 남구에 위치한 유엔평화기념관은 유엔군의 희생정신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평화를 지향하기 위해 지난 2014년 개관했다.

기념관은 ‘유엔참전거리’로부터 시작된다. 기념관까지 가는 길은 경사가 꽤 높아서 금세 숨이 차올라 온다. 걷다보면 언덕 끝에서 기념관이 나타나는데, 거친 숨을 내쉬며 기념관 앞에 서면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이 맺힌 땀을 식히며 힘든 길을 걸어 찾아온 것을 반겨준다. 이 바람이 마치 전쟁이라는 힘들었던 과거의 끝에 이제 훈풍이 불어올 거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유엔’평화기념관 답게 기념관 앞 광장에는 유엔참전국의 깃발이 걸려 있다. 정문으로 들어가면 오른편에 유엔의 상징이라는 ‘유엔자유수호 남·여신상’ 청동부조가 보인다. 1964년 6월 25일 양화대교에 세워진 유엔군자유수호참전기념탑에 설치됐던 부조를 기증받아 설치한 것이다.

3개의 상설전시관과 기획전시관, 4D영상관, 유엔평화센터 등으로 구성된 기념관에서 관람객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곳은 ‘유엔한국전쟁관’이다. 1950년 6월 25일 전쟁의 시발부터 경과,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까지 3년 1개월이라는 긴박감, 그리고 6·25전쟁의 참상 등을 전시물과 영상을 통해 재현했다.

광복 이후 임시정부 수립과 6·25전쟁이 일어난 배경, 유엔군이 우리나라를 위해 파병을 결정한 역사적 사실을 꼼꼼히 읽다보면 눈앞에 거대한 부산항 디오라마가 펼쳐진다. 당시 우리나라 입국 관문 역할을 한 부산항 1, 2부두를 재현했다. 디오라마 속에서 입항하는 유엔군을 보면 자유 수호를 위해 이역만리 낯선 땅에 발 디디는 유엔군의 결기 넘치면서도 긴장된 마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유엔한국전쟁관은 인천상륙작전과 서울탈환, 중공군 개입으로 인해 또다시 서울을 잃고 남하하며 타국의 낯선 추위와 환경 속에서 유엔군이 겪은 절망적인 순간과 고통을 전달해준다. 특히 전시관 가장 안쪽에 재현해 놓은 철의 삼각지 전투 모습에서 당시 중부전선 장악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유엔군 병사들의 희생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철의 삼각지 전투 전시관을 돌아 마련된 계단을 올라가면 참전국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이뤄진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유엔참전기념관으로 들어설 수 있다. 이곳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의 활동상과 국가별 유물이 전시돼 전쟁의 참상이 보다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 2층 유엔참전기념관에는 21개의 참전국의 활동상과 당시 전투에서 유엔군이 실제 사용했던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전시관에는 16개의 전투지원국과 5개 의료지원국의 유물과 스토리, 지원활동 등이 전시돼 있다. 또한 전쟁 당시의 참혹했던 모습과 우리나라에 오게 된 계기, 따뜻했던 ‘Korea'의 기억 등을 인터뷰 한 유엔참전용사의 메시지가 영상으로 제공돼 보는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마지막 전시관인 유엔국제평화관으로 자리를 옮기면 유엔의 탄생과 유엔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평화활동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 옛날에는 우리나라가 그랬고, 지금도 분쟁과 내전, 난민 생활 등으로 고통 받는 여러 나라와 사람들의 아픔을 그때 우리나라를 도왔듯이 지금도 그들을 돕고 있는 유엔과 유엔평화유지군의 활동상을 전한다.

 

▲ 유엔국제평화관에 들어서면 세계의 분쟁국가와 난민, 대량살상무기의 최대 피해자인 아이들의 고통, 소년병들의 실태 등을 볼 수 있다.

 

 

▲ 유엔이 세계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하고 있는 전시물.

전시관 가장 끝에는 원조 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급성장해 이제는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강한 대한민국의 현재 모습도 전시돼 어둡고 아팠던 전쟁의 역사로 얼룩졌던 우리의 마음을 다독여준다.

3개 전시관 모두를 돌아보고 나오면 2층 로비 공간을 활용해 종군기자인 데이비드 더글러스 던컨의 기증사진전을 살펴볼 수 있다. 우리가 글로만 배웠던 6·25전쟁의 주요 전투에서 고통 받는 현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글 한 줄 없이도 마음을 찡하게 울린다.

5층 전망대에서는 정면으로 유엔기념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했고, 끝까지 대한민국을 지켰던 유엔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다. 기념관에서 유엔공원이 훤히 보이듯 절대로 좁혀지지 않을 것 같았던 남북의 거리가 우리의 시야 안으로 들어오고, 우리가 바라마지 않았던 소망이 내일이라도 다가올 듯 눈앞이 환해졌다.

대한민국에 내린 유엔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이 자유와 희망의 씨앗으로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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