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에는 국경이 없다는 말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으로 또 다시 입증되었다. 신종감염병(emerging infectious diseases)의 주기적인 출현은 인류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다. 감염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요인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기후변화 등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자연적인 현상도 얽혀 있기 때문이다.

2015년 5월 21일 우리나라에서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것도 불과 5년 전의 일이다. 같은 해 12월에 종식을 선언하기까지 총 186명의 사람들이 메르스에 확진되었으며, 이 중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후 2018년 9월 8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국내에 또 다시 유입되었으며, 그 해 10월 16일 종식되었으나, 메르스의 해외 유입 가능성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게 메르스의 공포가 서서히 잊혀져가던 올해 1월 20일 우리나라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8월 12일 0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1만4,714명이며, 사망자는 305명에 달한다.

감염병은 일차적으로 의학적인 관심대상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신종감염병이 지역사회에서 집단발생하기 시작할 경우 감염병은 더 이상 의학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이내 사회현상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코로나19 관련 신조어에서도 뚜렷하게 관찰된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코로노미(Corona+Economy), 코로나와 이혼의 합성어인 코비디보스(COVID+Divorce), 심지어 코로나와 종말이 덧붙은 코로나포칼립스(Corona+Apocalypse)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코로나와 우울감의 합성어인 코로나블루(Corona+Blue)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인남녀 절반이상이 코로나로 인해 우울하다고 응답한 통계와 심지어 완치가 된 사람들 또한 후유증으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연구를 보면 코로나19가 경제와 사회전반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8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보훈대상자 중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의 82.3%로, 일반인의 54.4%에 비하여 상당히 높았으며, 우울 척도(CES-D)의 경우에도, 보훈대상자의 우울지수 평균값이 18.2점으로 우울 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기준인 16점 보다 높고, 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1.6%가 우울 위험군 또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 통계처럼 국가와 사회를 위해 희생하신 이분들은 이미 몸과 마음에 상처를 받은 상태이며, 그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채 또 다시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이 놓이게 된 것이다.

감염병이 유행하기 시작하면, 대중의 심리적인 반응은 크게 확산기, 유행기, 소강기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코로나19는 현재진행형이므로 메르스 유행 시기로 보면, 메르스 확산기에는 처음 발생한 신종감염병이라는 불확실성 때문에 소위 메르스테리(MERS+Mystery)라고 불리는 수많은 루머와 유언비어가 난무했었다. 또한, 확진자와 그 접촉자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도 있었다. 유행기에 접어들면서, 점차 신종감염병에 대한 불확실성은 감소하지만, 자기가 감염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커진다. 마지막으로 소강기에는 확진자 및 자가격리자들의 심리적 안정이나 사회적 후유증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게 된다.

코로나19 상황은 어떤가, 특정 장소에서 특정 원인으로 인해 코로나19가 집단발병하기 시작되자 확진자와 그 접촉자들은 개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일부 사람들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하고 등교를 거부하는 사례도 속출한다. 확진자나 접촉자에 대한 지나친 사회적 낙인과 배척은 이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스스로 은폐하도록 하여 방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오히려 감염병을 더욱 확산시킬 수 있다. 누군가를 향해 던진 돌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신종 감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삶이 위축되고 있다. 특히, 노인 등 취약계층들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받는 피해가 일반사람보다 더욱 심각하다. 이럴 때일수록 낙인과 배제가 아닌 포용과 배려가 필요하다. 다행히 보훈처에서는 심리지원집중센터 및 각 지방 보훈지청을 통하여 전화상담 등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훈공단 남양주보훈요양원에서도 전자책(E-book) 자동 낭독 서비스와 태블릿PC를 활용한 영상 면회 등을 도입함으로써, 어르신들의 코로나블루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2018년 국가보훈대상자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보훈대상자들의 ‘심리상담지원 프로그램’ 이용 의향은 22% 수준에 그쳤다. 이는 심리검사 자체에 대한 거부감과 고령과 장애 등으로 인한 낮은 접근성이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찾아가는 심리상담 서비스 등 보다 적극적인 심리지원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보훈대상자를 위한 심리지원집중센터와 지역사회 자원의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보훈공단에서도 전국 각지의 보훈병원, 요양원 이용자의 심리상태를 먼저 파악하여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각 지역의 의료기관, 복지시설, 해당 관공서 및 보훈대상자 협회 등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연계를 통해 심리지원 대상자의 발굴에서부터 검사, 치료 등을 순차적으로 하나의 서비스로 묶어 제공한다면 보훈대상자의 마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부처를 막론하고 다각도의 코로나 대응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지금 이순간도 코로나19 확진자의 치료와 접촉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로 보건의료 관계자들은 한여름에 보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 때 코로나블루가 야기한 사람들의 지치고 텅 빈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마음방역도 절실하다. 우울은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인 아픔이기 때문이다.

정태영(보훈교육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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