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숙 센터장이 마음나눔터에서 개인상담을 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상담은 화상전화와 전화상담으로 진행된다.

봄이 절정에 다다랐다. 분홍과 노랑의 꽃잎들이 화단과 거리를 수놓고, 가로수마다 푸르른 잎을 뽐내며 일상에 생기를 더한다. 하지만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들의 마음은 봄바람 앞에서도 무겁기만 하다. 보훈가족의 상황도 마찬가지일 터. 그런 보훈가족의 마음을 상담을 통해 보듬어주고, 일상의 회복을 도와주고 있는 서울 여의도 심리재활집중센터의 신기숙 센터장을 만났다.

그는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의 심리재활과 건강한 생활을 위해 ‘마음나눔터’가 2018년 7월 처음 문을 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해왔다. 신 센터장은 특히 지난 3년 동안 마음나눔터에 대해 알리고 업무영역을 확장하는 데 집중해왔다. 마음나눔터가 어떤 곳인지, 상담이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를 알리고, 보다 더 많은 보훈가족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하고자 노력해왔다.

현재 마음나눔터를 통해 심리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모두 6곳.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심리재활집중센터를 비롯해 부산·광주·대구·대전지방보훈청 및 인천보훈지청에 각각 설치돼 있다.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은 전화, 팩스로 이 서비스를 예약하고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마음나눔터를 직접 방문해 집단 프로그램 또는 개인상담도 가능했지만 현재는 비대면으로 화상상담, 전화상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사람들을 오랫동안 못 만나고, 집에만 머무르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거나 인생 자체를 허무하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런 분을 위해 영상통화 방법을 알려드리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을 하고, 호흡법을 알려드리거나 노래 부르기, 그림그리기 등 숙제를 내드리기도 합니다. 상담은 치유의 역할도 있지만 일상생활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과정이기도 하지요.”

최근엔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보훈가족도 늘었지만 마음나눔터를 찾는 대부분의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은 참전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과거 경험했던 강력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를 자신의 일부로, 성격으로 치부하며 살아온 분들이다.

또한 은퇴 후 삶을 반추하며 지난 일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분들도 많다. 배우자와 사별 등으로 인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 신기숙 센터장과 마음나눔터 상담사들은 그분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다독이고 격려하고 있다.

“안정적인 환경에 있는 지금의 내가 급박한 환경에서 한 과거 선택을 돌아보면 한심하고 어리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선택한 것인 만큼 과거의 결정과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걸 도와드리는 것이 마음나눔터의 역할입니다. 그동안 왜 그렇게 악몽에 시달렸는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는지, 대수롭지 않은 일에 벌컥 화가 났는지, 작은 소리에 깜짝 놀라며 불안해 했는지 이해하면서 점차 평온을 되찾게 되는 거죠.”

오늘도 온화한 말투와 미소를 가진 신기숙 센터장을 중심으로 마음나눔터의 상담사들은 보훈가족의 마음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무엇보다 마음나눔터의 존재를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분들이 없도록 적극 알리는 게 급선무다.

신 센터장은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든든한 국가보훈처 마음나눔터가 되겠다며 보훈가족에게 문이 활짝 열려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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